'로봇 청소기를 사려고 상품 정보 사이 트를 살펴보다가 평가 점수가 낮은 정보를 발견해 구입을 단념했다.', '첫 데이트에서 상대가 걸신들린 듯이 식사하는 것을 보고 그 불쾌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등 이처럼 좋은 인상보다 나쁜 인상 쪽에 주의를 기울이기 쉽거나, 또는 그것을 기억하기 쉬운 경향을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 한다. 한 이론에 따르면, 부정성 편향이 생기는 이유는 위험이나 불쾌 등 부정적 정보에 민감한 편이 위기에서 살아남기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정성 편향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참가자는 먼저 감정(부정적, 긍정적, 중립적)에 관한 두 단어의 쌍을 학습한다. 부정적 단어는 depression(우울)과 disaster(큰 불행), 긍정적 단어는 luxury(호화로운)와 lucky(행운이 있는), 중립적 단어는 tool(도구)과 bowl(사발) 등이다. 학습하고 나서 15분 뒤와 1주 뒤 참가자는 제시된 단어가 학습한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테스트를 받았다. 15분 뒤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부정적인 단어의 쌍과 그렇지 않은 단어의 쌍 모두 학습한 단어를 판별할 수 있는 정도(정답률)는 같았다.
그러나 1주 뒤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부정적인 단어의 쌍이 중립적인 단어의 쌍 보다 학습한 단어의 정답률이 높았다. 즉 부정적인 인상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면 부정성 편향은 약해진다
부정성 편향은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을까? 나이와 부정성 편향의 연관을 조사한 다음과 같은 실험이 있다. 슬프거나 즐거운 감정과 연관된 사진, 또는 특정 감정과 연관되지 않은 사진을 참가자에게 보여 주고 나중에 그 사진의 내용을 생각해 내도록 했다.
실험 결과 고령자는 즐거운 인상의 사진보다 슬픈 인상의 사진 내용을 그다지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고령자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부정성 편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정보를 얻기보다 감정의 조정을 우선시하게 되는 것이 부정성 편향이 약해지는 원인이라 생각된다. 사물의 좋은 측면보다 나쁜 측면에 주의를 기울이기 쉬운 부정성 편향의 영향으로 때로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람의 사고에 이런 편향이 있음을 한번 쯤 떠올려 보는 것이 좋겠다.
출처: 뉴턴 2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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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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