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평생 동안 한번 이상 겪는 사람들의 비율을 보면 성인 4명 중 1명 꼴로 1번 이상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의 수치이다.
간혹 길을 걷다 보면 혼자서 술에 취해 오열하거나 울부짖고, 혼잣말로 거친 언어를 내뱉는 사람을 볼 수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눈이 충혈이 된 채 여태 속마음을 예기할 상대가 없었던지 나무에다가 삿대질을 하면서 온갖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타인은 무서워서 슬슬 피해 다녀야 한다.
성소수자들도 마찬가지로 감정이 격해져 있는 상황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왜 이런 행동을 보이며 이유는 무엇일까?
‘안나 오’ 사례
심약하거나 불안정한 사람들이 걸리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신경증은 통계적으로 볼 때 예민하고 지적인 사람들이 신경증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사업가이자 여성과 아이들의 권리를 위한 운동가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며 ‘안나 오’의 얼굴이 독일의 기념우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안나 오(Anna O)”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그녀의 실제 이름은 ‘베르타 파펜하임’,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지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결핵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며 헌신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환각 증상과 불안 장애에 시달렸으며 심지어 신체적으로 부분마비 증상, 기억상실 증상, 심한 시력 저하, 두통 등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보였다.
예를 들어 한 번 기침을 하면 기침을 멈추지 않거나 오른쪽 팔과 다리에 마비 증상이 왔다. 또한 갑자기 벙어리가 되거나 모국어인 독일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영어나 프랑스어로 소통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 그런데, 프로이드의 동료이자 후견인인 요셉 브로이어 의사가 ‘안나 오’에게 최면요법으로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히스테리다.
훗날 브로이어 박사를 통해서 프로이드는 안나 오의 치료사례를 통해서 ‘히스테리에 관한 연구’라는 공동저서에 히스테리 완치 사례를 발표했다.
당시 아버지를 병간호하고 있던 안나 오는 옆집에서 들려온 음악소리에 문득 “나도 춤을 추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병든 아버지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라며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던 것, 그 억압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한 채 억눌린 감정이 쌓여 생긴 병으로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히스테리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정신적,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증으로 이상 성격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한편, 프로이드는 히스테리가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억눌린 감정
히스테리의 공통점은 상류층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당시 남성중심사회에서 대화로 풀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고 몸으로 표현된 것이 히스테리다.
육체적으로 땀 흘리고 노동한 후에는 스트레스가 풀리기 마련이었지만 반대로 상류층 여성의 경우 할 일이 없고, 시간도 많으면서 대화하는 사람도 적어 자연스레 생각도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우울한 감정이 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없던 상류층 여성들에게 절제와 순종을 강요했던 당시 사회였던 점을 생각해 볼 때,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행동을 제약했던 것이 쌓인 스트레스가 몸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났던 이유가 남성우월주의가 얼마나 강했던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세계 대전을 겪은 참전병들이 우울증이나 불안 등 히스테리 증상을 호소하면서 히스테리는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병명도 모르고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중세 시대에는 히스테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연하였고 때로는 마녀로 몰리기도 하고, 심지어 감금, 포박, 구타는 기본이고, 전기충격 요법까지 사용될 정도로 더한 고통으로 치료를 고집했는데, 히스테리를 육체에서 오는 병으로 잘못 인식한 나머지 잘못된 치료방법을 고수했던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드는 ‘억압된 마음의 문제가 히스테리 증상을 보여준다’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나쁜 기억을 빨리 잊어버리고 싶어 한다. 생각이 되새김되어 자꾸 떠올리게 되면 힘드니까 말이다. 다행히도 시간이 흐르면 나쁜 기억의 이미지는 희미해져 버리지만 문제는 기억 때문에 생긴 감정들은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이 오면 안 좋았던 감정이 되살아나 증상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해소해주는 것이 좋다.
미숙아에게 안 좋은 경험을 하게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남아있는 감정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에게 되풀이되는 건 이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해소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안나 오’에게는 최면 치료가 시행되었는데, 치료 방법은 바로 대화 치료, 브루이어는 그녀의 말을 경청하는 것 만으로 증상은 호전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안나 오는 자신에게 들어오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종종 의사 소통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이었음을 발견하였다.
대화 치료
조현병이나 우울증 환자에게도 대화 치료가 효과적이다. 단순히 약물 치료로만 완쾌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 점차 알려지고 있는데, 이 사실을 밑받침 해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학자들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중 항우울제 복용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대화 요법과 우울증 약 복용을 병행할 경우 효과가 3배 이상 높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진은 우울증 치료제와 대화 요법을 병행해 그 효과를 살펴본 결과 대화 요법이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연구는 470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2015년 10월 말 미국정신의학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분열증 환자의 약물을 줄이는 대신 일대일 대화 치료에 비중을 더 두었더니 크게 회복되었다고 전한다.
약물치료는 일부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한 체중 증가나 극심한 졸음, 감정적인 동요 같은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에 약물치료보다는 대화 요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환자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시켜줄 필요가 있다. 대화 치료는 단순히 대화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 열기’에 있다. 말 그대로 환자의 마음이 열려야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문의는 상담할 때 상대의 눈을 마주보지 않게 한다. 왜냐하면 눈을 마주보며 상담하면 ‘이런 말을 해야 해? 말아야 해?’라며 어정쩡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가 마음을 편히 해주기 위한 배려인 셈이다. 고해성사의 경우도 칸막이로 익명을 보장해준다.
결론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상대에 대한 불만을 뒷담화를 통해 마음을 풀어 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 같다. 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무의식적으로 밖으로 표출하여 마음이 홀가분해지려는 것이다.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이지안의 대사이다.
사회와 단절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화할 상대가 없다 보니 쌓인 감정을 어떻게든 풀어야 했고, 따라서 말싸움을 통해서 때로는 물건을 부셔서라도 무의식적으로 쌓인 감정을 풀려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타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고,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결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종종 고층 건물 사이를 횡단하는 사람도 있고, 위험한 자동차 경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타인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위험한 격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모두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욕구를 해소할 만큼 위험한 스포츠가 성행될 필요가 있다.
단지 대화로 풀어야할 상황도 있을 것 같다. 작은 감정도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큰 감정으로 폭발하기 마련, 감정을 함께 나누는 행위나 공감을 통해 마음을 치유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본다. 실패나 걱정,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교감을 나누고 어떻게 치료하였는가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 특별한 대화 방법은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본인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과 주제를 공유하고, 교감을 나누도록 한다면 더욱더 좋다.
john@coconutpalms.info
참고: 차이나는 클라스 103회 – 프로이트와 함께 떠나는 무의식 탐험, 주간동아, 위키피디아, 네이버 지식백과, 원더풀마인드, 중앙일보(헬스미디어), S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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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