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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을 만드는 세포(체세포)에는 22쌍의 상염색체 외에 1쌍의 '성염색체'가 포함되어 있다. 성염색체에는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있으며, 남성은 'XY', 여성은 'XX'의 조합이다. 최근 남성은 나이를 먹으면 체세포에서 Y염색체가 서서히 사라져 X염색체로만 되는 경우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 현상은 주로 혈액 세포에서 보이며, '후천적 Y염색체 상실(mLOY)'이라고 한다. 즉 혈액이 정상 세포와 mLOY가 일어난 세포 (mLOY 세포)가 뒤섞인 상태(모자이크 상태)가 되는 것이다. mLOY 세포는 노학, 흡연, 유전적인 요인 등에 의해 증가한다.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mLOY 세포를 가진 남성의 비율은 40세 무렵부터 서서히 늘어나 70세에서는 남성 전체의 40% 이상이 된다. mLOY 세포를 가진 남성은 전립선암이나 대장암 같은 고형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심혈관계 질환 등의 빈도도 높다고 한다. 또 스웨덴인의 경우에는 mLOY 세포를 가진 남성이 mLOY 세포를 갖지 않은 남성보다 수명이 약 5.5년 짧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mLOY가 다양한 질환이나 짧은 수명과 관계가 있음은 알려졌었지만, mLOY와 직접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mLOY 세포가 많으면 심장 기능 상실에 의한 사망률이 1.8배 증가 

일본 오사카 공립대학교 대학원의 사노 소이치(佐野宗)박사 연구팀은 영국의 'UK 바이오뱅크'에 있는 남성 약 22만 3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UK 바이오뱅크는 영국 전역 약 50만 명의 유전학적 데이터와 질병 기록 등의 정보를 수집한 데이터베이스이다.
 
분석 결과 남성 1명의 혈액 세포에서 차지하는 mLOY 세포의 비율이 늘어날수록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지며, mLOY 세포의 비율이 40% 이상인 남성은 mLOY 세포를 갖지 않은 남성에 비해 1.3 배가 되는 것이 밝혀졌다. 
 
심혈관계 질환 중에서도 심장 기능 상실에 의한 사망률은 1.8배였다. 심장 기능 상실이란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충분한 양의 혈액을 폐나 온몸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에 호흡 곤란이나 부종, 두근거림, 피로감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아가 대동맥류 및 대동맥 박리에 의한 사망률은 2.8배, 고혈압성 심장질환은 3.5배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 분석만으로 mLOY가 심혈관계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는 판정할 수 없다. 그래서 심장 기능 상실과의 인과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통한 검증을 실시했다.
 
우선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해 혈액 세포만 Y염색체를 잃은 모델 생쥐 수컷(mLOY 생쥐)을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 mLOY 생쥐와 정상 생쥐 양쪽을 심장 기능 상실 상태로 했더니 mLOY 생쥐는 정상 생쥐보다 심장 기능 상실의 경과가 나쁨이 밝혀졌다. mLOY와 심장 기능 상실의 인과 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Y염색체를 잃은 면역 세포가 심장 기능 상실을 악화시킨다

심장 기능 상실의 원인을 더 자세히 조사 했더니, 심장 기능 상실이 된 mLOY 생쥐의 심장에서는 면역 세포의 일종인 '대식 세포(마크로파지)'의 작용에 이상이 생겼음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심장 등의 장기가 손상을 입으면 대식 세포가 'TGF-B1(TGF-베타1)'이라는 단백질을 방출한다. TGF-B1 은 주위에 있는 '조섬유 세포'라는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조섬유 세포는 TGF-B1을 받아들임으로써 활성화되고 콜라겐(섬유)을 만들어 손상을 복구하려고 한다.
 
Y염색체를 잃은 대식 세포는 TGF-B1을 더 많이 방출해 조섬유 세포를 과잉 활성화한다. 그러면 만들어낸 콜라겐 양도 과잉이 되어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라는 현상이 일어남으로써 심장 기능 상실이 악화되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섬유화에 의한 병을 '섬유화 관련 질병'이라고 하며, 선진국에서 사인의 약 45%를 차지한다. 중요한 섬유화 관련 질병에는 심장 기능 상실 이외에 간질성 폐렴, 만성 신장 기능 상실 등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mLOY가 폐나 신장 등의 섬유화를 촉진하는 것도 밝혀졌다.
 
현재 간질성 폐렴 치료에는 '항섬유화 치료약'이라는 2종류의 약이 사용되고 있다.
 
 

mLOY는 남녀의 수명 차이와 관련이 있을까?

X염색체에는 약 1000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비해 Y염색체에는 유전자가 50개 정도밖에 없다. 그것도 대부분이 정자가 되는 생식 세포에만 작용하며, 혈액 세포에 작용하는 것은 몇 종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의 평균 수명(기대 수명, 2020년 기준)은 80.5세, 여성은 86.5 세이다. 대한민국의 여성은 대략 남성보다 6년을 더 산다는 뜻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수명이 짧은 경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선진국, 개발도상국, 생활 습관을 불문하고 모두 같다. 나아가서는 많은 종류의 포유동물에서도 수컷은 암컷보다 수명이 짧다.
 
mLOY 생쥐에서 mLOY 세포만 사멸시키는 방법이 발견되면, 그 생쥐는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출처: 뉴턴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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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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