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2017~2018년 2년 동안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25~58세의 실업자 2천명을 무작위로 골라 아무 조건 없이 매달 560유로(약 73만원)를 지급하였고, 결과를 2019년 2월 8일 인터넷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 건강상태, 사회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특히 스트레스나 우울감, 외로움 등이 일반 실업자보다 적었던 반면 생활 만족도는 높게 나와 행복도에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한때 경제를 이끌었던 휴대전화 노키아가 무너지면서 실업자 수가 늘어났고 AI 로봇 같은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일자리는 점차 로봇으로 대체되어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마침 어려운 시기에 기본소득 실험은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BBC 등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지만 분명 좋은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기본소득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기회를 접할 수 있었던 이들이 있는가하면 노동에 동기가 부족해 근로 의욕을 높이는 데에 효과가 없고 복지 부담만 불어난다는 이유로 기본소득 제도에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 여론조사에 참여한 46%가 기본소득을 정식 사회복지 제도로 도입하자는 데에 찬성하였다. 기본소득은 생활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돈이 지속적으로 지급되므로 돈에만 집착하지 않게 하고, 나아가 적성에 맞는 일을 할 수 있게 디딤돌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 모두에게 적절한 삶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실행되어야하는 이유이다.
지구 전반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복지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소수에게 집중된 막대한 부, 로봇의 발달로 기본소득은 분명 논의되어야할 문제다.
매장 내 서빙 하는 로봇, 로봇으로 구성된 병원, 매장 밖에선 배달하는 로봇, 밭을 가는 로봇 등 언택트(비대면) 기술의 발달로 완전자동화로 바뀌고 있는 오늘날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는 로봇에게 내어 주다보니 전체 노동자의 3/1이 비정규직이 되었으며 앞으로는 더 많은 일자리를 로봇에게 내줘야할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래는 밝지 못하고 불안감만 커지는 상황에 기본 소득제는 그야말로 단비와 같다.
오늘날 경제체제의 운영방식은 일자리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노동으로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거둬들인 세금으로 복지를 통해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생계를 책임져 주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거둬들일 세금은 줄고 국가 부채는 늘어 재원은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여력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니까 근로능력이 있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행정-복지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출산을 장려한다.
지난 1991년부터 2017년까지 고용에 대한 경제지표를 보면 부가가치는 높아졌지만 인력은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사람은 비슷하게 투입되었는데, 자동화 덕분에 자동차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는 뜻이다.
기업이 분배하는 방식은 임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고용을 하지 않으니 무직자가 늘어나고 돈이 없으니 기업 제품에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기본소득제에 의해 소비가 발생되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할까?
아무 조건 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소득과 부의 재분배가 올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소수에게 집중되는 막대한 부는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18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고 상위 1% 부자가 전 세계 부자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대부분의 돈이 상위 1%에 묶여있으니 경제순환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부를 공평하게 재분배하고, 소유를 모두의 것으로 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국유화, 사유재산 폐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차원에서 큰 틀을 깨부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가장 쉬운 방법으로 소유한 토지나 물건에 적절한 가치(=세금)를 재평가해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기본소득 금액은 핀란드가 지급한 금액보다 적은 약 30만원으로 하면 생활에 필요한 금액보다 적어 부족한 금액만큼 근로를 통해 채우려 할 것이다.
조금 부족한 금액이지만 사람이 일단 안정을 찾으면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게 된다. 돈이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아니까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가 강해질수록 자발적 근로가 가능해지므로 이때부터 돈을 쫒기(=집착)보다 적성이 맞는 일을 찾게 되고, 건강도 함께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나디아 칼비노 스페인 경제부 장관은 기본소득 정책을 이른 시간 안에 시행할 것이라고 지난 2020년 4일 5일 밝혔다. 취약 계층을 위해 월 440유로(약 52만 원)를 지급할 방침이라고 한다. 미국도 한시적으로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독립 연구소 LAB2050 이원재 대표는 2021년부터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 지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원 조달은 기존 세금 제도의 틀 안에서 조정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세, 토지보유세, 환경세 등 세금의 신설과 비과세, 세금감면 제도 등 불필요한 제도를 폐지하는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는데, 이전에는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이런 생각들은 비현실적이라며 기본소득 실험하기를 거부해 왔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실패 원인에는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높은 금액을 지급할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약 20~30만원으로 시작해서 자동화 시스템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금액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하면 실패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위험부담은 적어진다.
어떤 일이든 새로운 영역 실험은 기존의 것에 영향이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30% 정도를 투자하는 것이 좋은데, 이것은 혹여나 실패하더라도 적게 시작함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회복될 여력을 남겨두려는 것이다.
john@coconutpalms.info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중, 의미가 퇴색된 사회 (0) | 2020.11.16 |
---|---|
부자라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0) | 2020.10.20 |
안좋은 소문이 빨리 퍼지는 이유 (0) | 2020.07.21 |
판매 심리학 : 귀한 것은 비싸다 (0) | 2020.07.06 |
단일 세계정부의 설립 형태와 필요성 (0) | 2020.05.15 |
WRITTEN BY
-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