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몇 잔을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한정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든지 세계에서 몇 대밖에 생산되지 않은 수제 스포츠카라는 광고가 눈에 띄면 불을 켜고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는데,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구매가 잘 이루어진다.
이때 작용하는 심리 효과를 희소성의 원리라 부른다. 수량이 많지 않은 것에 대해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정된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가 왜 생기는 것일까?
드문 것일수록 가치가 높다
1975년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워첼(Stephen Worchel)은 여대생 14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과자의 맛을 평가하도록 하였다.
그룹A에게는 병 속에 과자 2개만 들어있는 것과 그룹B에게는 과자 10개가 들어있는 병을 각각 나누어 주었다. 개수는 다르지만 같은 과자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병 속에 들어있는 과자 하나를 먹어보게 한 다음 질문에 대한 평가를 각각 1점과 9점사이로 답하게 하였는데, 여기서 1점에 가까울수록 고평가한다는 뜻이다.
첫 번째 질문은 하나 더 먹고 싶은가? 두 번째는 과자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세 번째 질문은 과자에 가격을 매긴다면 1파운드당 몇 센트가 적정한가를 물어보았다.
그 결과 그룹A는 각각 평점 4.4점과 4.4점, 그리고 56.2센트가 나왔고 그룹B는 5.46점, 5.73점, 45.8센트라는 답이 나왔다. 이 실험은 여러 차례 반복하였음에도 결과는 항상 같았다.
사람마다 물건에 대한 가치와 기준이 다르겠지만 소유할 수 없는 물건일수록 귀하게 보이므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명품 가방, 명품 시계, 명품 패션 등 몇 안 되는 것일수록 가격이 비싼데, 명품 판매점의 판매 전략은 “드문 것일수록 가치가 높다(Rara sunt cara)”라는 로마 속담을 잘 이용한 사례다. 가격이 비싸지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높은 장벽이 생기는 것이므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하이힐의 기원을 찾아보면 기원전 3,5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위층은 하이힐을 신음으로써 상대보다 키가 커 보이는 위치가 되므로 하위 계급의 사람보다 더 높아 보이려는 과시에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굽만 높은 구두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골동품, 미술품, 보석 등 물건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매기는데, 남들과 다른 차별화되고 타인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을 소유함으로써 사회적 영향력과 권력, 재력이 얼마나 되는지가 평가된다.
같은 골동품이라도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물건은 한낱 쓰레기에 지나지 않지만, 예를 들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희귀한 물건이라면 가치는 한 없이 올라가게 된다.
동물의 경우 짝짓기 경쟁상대에게 강인함을 어필하기 위해 몸집이 커보이게 한다거나 체력이나 공격성, 화려함, 영역 표시 등이 위협이나 구애가 과시 목적이라면 사람의 경우는 재력, 명성을 이용한 과시가 많다.
그렇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모두 과시 목적이 아니다. 한정판매, 오늘만 할인, 특가상품 등 자극적인 문구로 마케팅 활용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만 이 물건이 나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것이 된다.
피규어, 연예인 관련 소장품, 코스프레 등도 같은 맥락으로서 가치의 기준은 항상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에 검은색 배경에 감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사진 하나가 어떤 사업가에게 13억에 팔린 일이 있었다.
해당 사진을 촬영한 사진작가의 이름은 케빈 아보쉬로 과거 스티븐 스필버그, 조니 뎁,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 유명 인물들의 초상화를 촬영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10년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니 뎁의 사진을 찍으면서 유기농 감자 사진을 함께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심리적 안정
자동차의 법정 속도는 100km이고 그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은 불법이 되지만 그럼에도 300km 속도를 낼 수 있음을 광고하는 이유는 그만큼의 성능을 받쳐준다는 뜻이 되므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속도가 빠를수록 좋은 차로 인식하게 된다.
이것은 자동차의 스펙이 되는데, 스펙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충분한 것이 되고 소비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이용한 마케팅 활용에 이용된다.
예를 들어 시속 300km속도를 낼 수 있는 자동차로 시속 110km의 속도로 달릴 경우 속도 계기판의 바늘은 중간 정도에 위치하게 된다. 이것이 소비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기에도 편하다.
상점에서 9,900원에 판매하는 상품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것역시 심리적 안정감을 이용한 마케팅 기법이라 할 수 있다.
1996년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쉰들러(Robert Schindler)는 여성용 모피 169점이 실린 카탈로그 3종을 만들어 각각 3만 명에게 배포하여 팔린 상품수와 판매금액 합계를 조사하였다.
A 카탈로그에 실린 모피 가격은 14.99달러였고, B 카탈로그에는 15.00달러, C 카탈로그에는 14.88달러로 실렸다.
그 결과 판매된 상품 수와 합계금액 모두 A 카탈로그가 가장 많았고, B 카탈로그와 C 카탈로그는 비슷하게 팔렸을 뿐 아니라 A 카탈로그의 실적에도 미치지 못했다.
14.88달러보다 비싸지만 15.00달러보다 적은 금액인 14.99달러가 중간에 위치하므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표준 가격보다 너무 저렴한 것은 ‘하자가 있는 물건‘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비싼 것보다 저렴한 가격, 딱 떨어지지 않는 가격은 ’할인해준 가격‘이라는 인상을 준다.
흔한 상품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가질 수 있지만 한정 상품 등은 언제든 원할 때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어 상품이 더 잘 팔릴 수 있다.
john@coconutpalms.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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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