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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월경 주기도 낮의 길이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다. 암컷 생쥐는 해를 쬐는 시간이 길면 배란 주기가 안정되거나 주기가 단축되는 것이 일본 메이지 대학교 나카무라 다카히로 전임교수 연구팀의 실험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사람을 포함한, 1년 내내 번식 가능한 생물에서 낮의 길이가 배란에 영향을 주는 것을 시사한 최초의 결과이다. 이 연구를 응용하면 해를 쬐는 시간을 조정하는 새로운 불임 치료법이 가능할지 모른다.
 
우리는 보통 밤이 되면 자고 아침이 되면 깬다. 생물은 낮과 밤의 변화에 동조해 약 1일 주기로 체온이나 심박수 등의 체내 환경을 변화시킨다. 이 주기를 ‘서캐디언 리듬(개일 리듬, 활동일 주기)'이라 하며, 지구상 거의 모든 생물에게는 서캐디언 리듬이 새겨진 '생물시계(체내 시계)'가 갖추어져 있다.
 
“사람의 경우에는 혈압은 오전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저녁에 절정을 맞이한다. 그래서 심근 경색 등 혈압계 질병은 혈압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오전 10시 무렵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서캐디언 리듬은 생리 기능이나 질환 증상이 나타나는 시각 등 생물의 건강과 깊은 관계가 있다."라고 나카무라 다카히로는 설명했다.
 
 

2시간 오래 해를 쬐자 배란주기가 안정되었다

암컷의 난소로부터 난자가 배출되는 '배란'도 서캐디언 리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생물 시계가 배란을 일으키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gonadotropin)'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제어하기 때문이다.
 
배란이 일어나는 주기를 '성주기(사람의 경우에는 월경 주기)'라 한다. 특정한 계절에 번식기를 맞는 '계절 번식 동물'은 낮의 길이에 따라 성주기가 바뀌는 것이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계절 번식 동물인 말이나 햄스터는 낮이 길어지면 발정기를 맞이해 배란이 일어난다. 한편 1년 내내 번식이 가능한 '주년 번식 동물'에서 낮의 길이가 성주기에 미치는 영향은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번에 연구팀은 주년 번식 동물인 생쥐를 사용한 실험을 실시해 성주기가 낮의 길이에 따라 바뀌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에는 생물 시계를 담당하는 '시계 유전자'를 결손 시킨 생쥐(유전자 결손 생쥐)와 결손시키 지 않은 생쥐(야생형 생쥐)가 사용되었다. 이 생쥐들을 빛을 쬐는 시간이 짧은 조건(통상 조건)과 긴 조건(긴 일광 조건)에서 사육해 비교함으로써 해를 쬐는 시간이 생쥐의 성주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생쥐는 4일 또는 5일 주기로 규칙적으로 배란한다.
 
먼저 12시간 빛을 쬐고 12시간은 어두운 보통 조건에서 유전자 결손 생쥐를 사육했
다. 그 결과 4일 또는 5일의 성주기를 나타낸 개체는 5%에 지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유전자 결손 생쥐에서는 생물 시계가 기능하지 않아 성주기가 교란됨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빛을 쬐는 시간을 2시간 늘려 14시간 빛을 찍고 10시간 어둡게 하는 긴 일광 조건에서 유전자 결손 생쥐를 사육했다. 그러자 4일 또는 5일의 성주기를 나타내는 개체가 38%로 증가했다. 시계 유전자의 결손 때문에 교란된 생쥐의 성주기가 낮이 길어짐으로써 안정된 것이다.
 
나아가 연구팀은 야생형 생쥐를 사용한 실험으로부터 낮이 길어지면 생쥐의 성주기가 짧아지는 것도 알아냈다. 야생형 생쥐를 보통의 조건에서 사육했더니 47%의 개체가 4일 주기로 배란했다. 그 밖의 개체는 4일 주기가 되거나 5일 주기가 되는 등 불규칙한 성주기를 보였다.
 
한편 야생형 생쥐를 긴 일광 조건에서 사육했더니 4일 성주기를 나타내는 개체가 68% 증가했다. 햇볕을 오래 쬠으로써 성주기가 짧아진 개체가 늘어난 것이다. 일련의 실험 결과는 주년 번식 동물에서도 해를 쬐는 시간이 변화하면 성주기가 바뀐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해를 오래 쬐면 난소의 기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성주기가 단축되면 발정 빈도가 커져 번식 효율이 높아진다. 즉 이번 실험 결과는 해를 오래 쬠으로써 생쥐의 번식 효율이 오르는 것도 의미한다.
 
실험에서는 야생형 생쥐가 배란한 난자 수와 착상(임신 초기에 일어나는 현상)한 난자 수도 조사했다. 그 결과 보통의 조건에서나 긴 일광 조건에서나 배란 1회당 난자 수나 착상 수는 바뀌지 않았다. '1회당 배란되는 난자 수가 바뀌지 않고 성주기가 단축되면 장기적으로는 난자 수가 늘어난다.
 
 

해를 쬐는 시간을 조정하는 새로운 불임 치료의 가능성

사람도 생쥐와 마찬가지로 주년 번식 동물이다. 이번 결과로부터는 해를 쬐는 시간에 따라 사람의 월경 주기도 안정되거나 단축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연구팀은 이 가능성이 과거 일본의 출생 수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한다. 위의 그래프는 1899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의 월별 출생률(인구 1000명당 태어난 자녀 수)을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를 보면 1960년대까지는 1월~3월의 출생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1월~3월에 출산한 경우는 낮이 긴 4월~6월에 임신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실로부터 낮이 길어짐으로 써 임신하기 쉬워질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단 이 경향은 1960년대부터 사라진다. 그 원인은 전등 등 조명 기구가 보급되기 시작해 야간에도 인공의 빛을 쬐기 쉬워졌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현대에는 인공 빛에 의해 서캐디언 리듬이 교란됨으로써 불면이나 월경불순 등의 건강 문제도 생긴다.
 
미래에 서캐디언 리듬에 주목한 새로운 불임 치료법이 나올지 모른다. 그 치료법은 불임 치료에서 여성의 신체적 부담을 낮추는 것이 될 것이다.
 
 
palms@ coconutpalms.info
출처: 뉴턴 2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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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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