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폐지를 카트에 실고 언덕을 힘겨워하는 할머니가 주변에 도움을 청하였고, A씨는 거절하지 못한 채 연민을 느끼기도 하여 성심으로 도와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도움을 받은 할머니는 A씨에게 계속 도와주기를 바라더란다. 도와주지 못하는 날엔 남모르게 폭언을 해버리는데, 결국에는 큰 다툼이 있고서야 끝이 났다.
영업사원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인터넷 하나 해지하려니 몇 십 분을 대화해야 하고, 언성이 오가야 겨우 끝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치 않는 상품소개를 듣다 보면 대화 흐름을 제때 끊지 못해 감정 상하는 일도 허다하다.
먼저 이타주의란 무엇일까? 이타주의는 이기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와는 달리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내 이익을 다른 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타심처럼 보였던 행동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실은 이타심은 분명 아니다. 왜냐하면 제때 거절을 하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반목(反目)의 원인을 만들고, 이로 인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거나 받았기 때문이다.
거절 민감성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했을 때 내가 받는 상처는 크다. 때문에 타인에게 ‘NO’ 라고 하면 그 사람도 상처를 받을까봐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다고 응답했는데, 거절 뒤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소외당할까라고 답했다.
차이나는 클라스 화면 캡쳐 |
가장 거절하기 힘든 상황은 아무래도 친구나 가족의 부탁이 아닐까 싶다. 특히 금전적인 부탁을 할 경우 거절하기 매우 힘들다.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다보면 스트레스는 쌓이고, 감정은 격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거절을 다소 못하는 사람은 거절당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거절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외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 중에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차이나는 클라스 화면 캡쳐 |
'대국민토크쇼안녕하세요' 라는 프로그램에서 거절하지 못하는 친구 때문에 안타까워 고민상담을 하는 사례가 많이 올라오는데, 대부분 소외당하기 두려워 거절하지 못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실제로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서 새벽 4시경만 되면 전화벨이 울리는 제보가 접수되었다. 무려 6년 동안이나 전화벨이 울렸다. 사실을 알고 보니 가해자와 아는 사이였고, 저녁 늦은 시간에 노래방가자고 했는데, 거절한 제보자의 행동에 서운한 마음이 들어 새벽 4시경에 전화를 걸었다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에게서 공격적인 성향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벨(Cyber Ball) 실험
거부당할 때 느끼는 심리적인 아픔은 실제 몸이 느끼는 통증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LA) 심리학과 나오미 아이젠버거 교수팀은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을 만들었을 때 일어나는 반응을 실험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이 뇌의 활동을 분석할 수 있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스캐너 안에 누워 사이버 볼(CyberBall)이라는 컴퓨터 게임을 했다. 게임 속 아바타는 세 명, 세 명의 아바타 중 하나를 실험자가 조종한다.
셋이서 사이좋게 공을 서로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부터 공이 ‘나’에게로 오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 때 fMRI 로 촬영했을 때 뇌의 전대상피질 영역이 반짝였다. 이 영역은 육체적 고통이 나타났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이다.
따라서 이 사람이 심리적 고통을 겪더라도 신체적 고통을 겪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마음이 아프다’라거나 ‘나 상처 받았어’라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 실제로는 전대상피질 영역이 고통을 느껴서다.
연구자들은 사이버볼 파트너가 다른 방에서 참여하고 있는 실험자라고 알려줬지만, 사실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설정된 가상의 인물들이다. 소외당하는 조건은 게임에 참여한 실험자가 처음 몇 차례 패스를 받은 뒤부터는 공을 받지 못하도록 게임에서 소외되게 프로그램돼 있는 상황이다.
게임을 마친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왕따를 당한 사람이나 왕따를 시킨 사람 모두 마음의 상처를 입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출처: 채널 예스 |
설문조사 항목 중 고통의 세부항목에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는데, 그림과 같이 부끄러움과 죄의식에 대해서는 왕따를 시킨 사람들이 다른 두 집단에 비해 훨씬 강하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고, 화가 났느냐는 질문에는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가장 높은 점수를 매겼다. 정신적 고통이나 부끄러움, 죄의식, 성냄 등 높은 수치일수록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리처드 라이언 교수는 "가장 큰 보상은 물질적인 게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는 데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발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끝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한 사람만 계속 부탁하고, 한 사람만 계속해서 들어주는 관계라면 오히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저 사람한테 부탁하면 무엇이든 들어줘 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상처가 커지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상처 받을까봐 거절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더 큰 요구를 해오게 되며 이것이 반복이 되다보면 불만이 쌓여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므로 작은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다가 오히려 큰 상처를 남기지 말고 과감하게 거절을 선택해야 한다.
지나친 이타심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상대의 일방적인 도움 때문에 벌어지는 경우인데,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도움이라도 나중에는 의무로 바뀌는 순간에 발생하게 된다. 때로는 이기적인 마음도 필요하다.
영화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다. “헝거게임” 시리즈,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사를 하다가 항상 누군가 내게 다가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시간이 흐르며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갈 무렵,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예스맨이 될 필요 없이 거절해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사실을 알기 전에는 사람들에 둘러싸이는 것이 싫어 외출하는 것도 꺼렸다. 이후 거절의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며 평소 겪고 있던 불안장애도 차츰 극복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무례해 보일 수 있는 것을 감수하며 거절하기는 쉽지 않지만, 내 삶과 나의 정신적 건강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john@coconutpalms.info
참고: 프라이드(TAKE PRIDE)도서, 차이나는 클라스 48회,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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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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