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하기 쉽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위험한 장소는 어디일까?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와 일어나기 어려운 장소를 알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사람이 많거나 숲이 우거진 곳이 안전할지 아니면 담으로 쌓은 집이 안전할지 알아보도록 하자.
범죄를 저지른 사람
옛날 집을 보면 담장에 깨진 유리병을 꽂아 놓거나 높은 담에 뾰족한 창살, 또는 날카로운 덩굴로 이뤄진 이런 곳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까? 하지만 역으로 담이 범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창살이나 높은 담이란 그만큼 범죄율이 높기 때문이고, 범죄율이 낮은 지역에는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담장이 없거나 낮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보여진 집 주변에 담이 낮거나 보이지 않는 것도 안전하기 때문일 수 있다. 높은 담은 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범죄가 발생했을 때 소리가 바깥으로 새 나가지 않고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저 사람은 ‘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범죄의 ‘동기’를 분석하여 범죄의 원인을 분석하는 ‘원인론’에서 비롯된다.
‘범죄의 원인론’에는 범죄의 심리뿐만 아니라 사회의 상황, 환경 등 다양한 원인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타인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장소에선 범죄가 일어나기 쉽고, 역으로 생각하면 이 장소에선 타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장소, 또는 CCTV나 가로등이 설치된 곳이면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없어 범죄 방지에 도움이 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수상한 사람을 조심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사탕을 주는 등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그저 친절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또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을 떠올리지만,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은 상대를 속이려고 하기 때문에 이상한 차림새는 하지 않는다.
실제로 길거리 범죄의 90%가 일상적인 복장을 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유괴 사건의 약 80%가 억지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범인에게 속아 스스로 따라간 경우였다.
침입하기 쉬운 장소
그럼, 위험한 장소는 어디일까? 범죄자가 의심을 받지 않고 쉽게 표적에 다가갈 수 있으며 범행 후 그곳에서 쉽게 달아날 수 있는 장소를 ‘침입하기 쉬운 장소’라 말한다. 한편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란 범행을 목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범죄자의 입장에서 체포될 우려가 적은 장소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현관문을 출입하려면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는데, 비밀번호를 모르는 범인은 침입하기를 포기한다. 단순하지만 침입이 쉽지 않고 도망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일본 오사카 교육대학 부속 아케다 초등학교 살상 사건이 좋은 사례일 것 같다. 범인은 닫혀 있는 정문을 통해 교내로 침입하기를 포기하고, 열려 있는 자동차 전용문을 통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나중에 법정에서 전용문이 닫혀 있었으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이 전용문이 ‘침입하기 쉬운 장소’가 된다.
가로등이 없고 인적이 드문 골목에 위치하는 담장의 높이는 성인 남성 어깨너비의 높이이지만 범죄는 적었다. 어느 날 담장 앞에 헌옷 수거함이 설치되면서 수거함을 발판 삼아 담장을 쉽게 넘나 들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실제로 절도 범죄가 여러 차례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담장을 설치하더라도 경계선이 되면서 낮은 담장 너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고, 역으로 쉽게 침입할 수 없는 환경이 되므로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깨진 유리창 이론
이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 조지켈링에 의해 만들어졌다. 무관심한 장소, 즉 심리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를 말한다.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되어 있는 장소에는 주민이 그 장소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범죄자는 범행, 제지, 또는 발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게 되므로 범죄의 대상이 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증명하기위해 2008년 심리학자 키스 카이저 등은 무작위 실험을 하였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봉투에 유럽에서 통용되는 5유로 지폐를 넣고, 우체통에서 살짝 보이게끔 꽂아 두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것을 훔쳐 가는지 조사하려던 것이다. 주위가 깨끗한 우체통에서 봉투가 사라진 비율은 약 13%였으며, 주위에 낙서나 쓰레기가 있는 우체통에서는 사라진 비율이 25%나 되었다. 깨끗한 우체통의 약 2배인 셈이다.
2005년에 발생한 일본의 이마이치 여아 살해 사건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가 끌려간 도치기현 이마이치시(현재는 닛코시)의 통학로 부근에 위치하는 빈터에는 자동차나 PC 등 불법으로 버려진 황폐한 곳이었다. 쓰레기가 버려진 장소, 낙서가 많은 터널 등에는 범죄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심리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란 많은 사람이 모여 있으면 사람의 주의와 관심이 분산되어 범죄자의 행동을 보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범죄자의 이상한 행동을 알아차리더라도 무의식중에 사람이 많으니까 문제가 생겨도 다른 사람이 신고하거나 도와주겠지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바꿔 생각하면 많은 사람이 있는데 설마 범죄를 저지르겠어라는 생각인 것이다.
희대의 범죄자 신창원은 1990년대 후반, 탈옥 이후 907일 동안 잡히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는 경찰서 옆에 거주한 일이 있었는데, 경찰서 옆이라 가장 안전할 것이라 진술하기도 했다. 이것을 ‘무관심한 장소’라 말한다.
성벽 도시
197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범죄 기회론은 현재 범죄 대책의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아래 사진은 온타리오주 미시소가에 있는 비슷하지만 다른 두 개의 아파트가 존재한다. A아파트는 범죄 기회론을 근거로 설계한 아파트이고 B아파트는 눈에 잘 띄는 환경으로 설계하였다.
A아파트의 경우 공원이 우거져 있고 각 가구의 창문도 공원을 향해 있는 게 아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가까우므로 침입이 쉽다. 반면, B아파트의 경우 공원은 많은 창문에서 내려다보이면서 주차장이 멀어 침입이 어렵게 설계되었다.
두 아파트를 건설 후 13년 동안 경찰에 신고된 건수를 살펴보았더니 기회론에 근거한 아파트의 경우는 125건, 일반 아파트는 289건으로 두 배가 많았다. 거리 전체를 벽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성벽 도시’라 부르는 성벽 도시야말로 단순하지만 침입이 어렵고 잘 보이는 장소가 되므로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성벽이 되는 것이다.
‘범죄 기회론’이란 어떻게 적용해야 침입이 어렵고 잘 보이게 할 것인가이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의 경우 놀이터 주변에 낮은 담으로 두르게 한 다음 입구는 하나만 존재하도록 설계하면 범인이 들어오는 게 쉽지 않고 도망치기도 어려운 환경이 되므로 ‘잘 보이지만 침입이 어려운환경’이 되는 것이다.
놀이터에 담이 설치되어 있어 아이의 영역이 명확히 구분된다. 그런데, 어른이 들어가면 부자연스럽게 보여서 아이가 경계하게 되고, 놀이터 밖의 사람에게도 잘 보이게 된다.
끝으로
감시 카메라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까? 일본 고미야 교수는 “감시 카메라가 모든 범죄에 대해 억제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범죄자가 감시 카메라를 두려워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 경우이지 몰카(외설행위) 촬영과 같이 우발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에는 억제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의 범죄학자가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수집하고 평가해본 바로는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감시 카메라에 의해 억제력을 기대할 수 있었던 건 주차 중인 차량의 물건을 훔치는 등의 ‘차량 범죄’뿐이었다고, 따라서 범죄를 실행할 의지까지 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 유괴를 예방하려면 가드레일이 있는 도로가 유용할 것이다. 가드레일이 없으면 자동차를 타고 온 범죄자는 범행 대상을 자동차 안으로 쉽게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속도 제한을 30Km 로 제한하는 건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도 제한 보다는 가드레일 설치가 사고 예방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가로등도 마찬가지다. 낮보다 밤에 범죄율이 높은 건 보는 눈이 적기 때문이다. 가로등이 낮과 같이 주변이 잘 보이고 안전한 장소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밝은 주변 때문에 범행 대상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범행 대상이 가로등 아래에 있으면 가로등 밖에 있는 범죄자를 볼 수 없는 대신 범인은 그 대상을 확실히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최대의 항구 도시 글래스고에서는 가로등 불빛을 푸른 빛으로 했더니 연간 범죄가 1만 건 감소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일본 전역에 푸른 빛 방범등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설치한 지역과 설치하지 않은 지역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효과 여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글래스고 중심지인 뷰캐넌 거리에만 푸른 가로등만 설치되어 있고 그 외 지역에는 흰 빛이라고 한다. 따라서 지역 특성상 모든 지역에 효과적임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일본의 경우 자율 방법 순찰차에 푸른 빛 회전등을 달고 다닐 때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약간의 환경만 바꿔도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하는 시영 아파트의 경우 방범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밖에서는 아파트 중앙 정원으로 향하는 입구는 세 군데 있으며 각각의 가구는 중앙 정원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중앙 정원은 각 가구로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주위가 360도로 시선이 열려 있고 또 놀이터도 중앙 정원에 위치하도록 하였다.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 심리학: 분노의 원리와 올바른 대처법 (0) | 2021.11.08 |
---|---|
조종당하는 마음, 조작된 기억 (0) | 2021.08.04 |
히틀러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왜 평화적이라 생각한 것일까? (0) | 2021.05.04 |
연애 심리학: 사랑은 언제나 허리케인 (0) | 2020.12.08 |
부탁 심리 : 부탁하는 자, 거절하려는 자 (0) | 2020.09.22 |
WRITTEN BY
-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