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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게 쉽지는 않다. 더구나 어려운 부탁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약간의 심리를 알게 된다면 상대로부터 쉽게 승낙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인간 심리는 일종의 <습관>, 또는 <버릇>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범죄가 많다는 사실 또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범죄에 이용되는 것뿐 아니라 알아두면 사기 피해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풋 인 더 도어 테크닉

먼저 본인이 원하는 부탁이 큰 부탁이라면 상대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작은 부탁이라도 어려운 법,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작은 부탁도 거절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1966년 미국의 심리학자 조너선 프리드먼과 스콧 프레이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주택가에서 한 가지 실험을 하였다.

이 실험은 <안전운전>이라는 간판을 주택의 정원에 설치해줄 것을 부탁하는 일이다. 부탁하는 방법 두 가지를 준비했다.

하나는 주민에게 주택 정원에 간판을 설치하고 싶다는 큰 부탁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안전운전>이라고 쓰인 10cm 크기의 스티커를 차 뒤쪽 창에 붙일 수 있도록 부탁하는 것이다. 주민이 승낙하면 2주일 후에 재방문해서 이번에는 <안전운전>이라는 간판을 설치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 결과 첫 번째 방법은 16.7%에 그친 반면 두 번째 방법은 무려 76%에 해당되는 사람이 부탁을 들어주었다. 작은 부탁을 승낙 받으면 작은 신뢰가 쌓이게 되고, 작은 신뢰가 큰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방법을 <풋 인 더 도어 테크닉: foot-in-the-door-technique>이라 부른다.


판매원이 문을 열어달라고 작은 부탁을 하면, 그 다음에는 주민에게 물건을 사 달라는 등 실제 부탁을 하는 모습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실현되려면 일단 상대로부터 신뢰가 보여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작은 부탁이라도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면 돌아오는 건 거절뿐이다.

1981년 미국의 심리학자 제리 버거는 <풋 인 더 도어 테크닉>을 응용한 재미난 실험 한 가지를 하였다.

대학생에게 1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간단한 계산 문제를 푸는 실험에 참가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대학생 60명을 모집한 다음 각 20명씩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룹A와 그룹B에게는 실험에 참가하면 보수를 주겠다고 말해 주었고, 그룹C에게는 처음부터 보수는 없다고 말해주었더니 그룹C만 4명만 참가하게 되었다.

그 후 실험 진행자는 다시 그룹A 방에 들어가서 상황이 바뀌어 보수를 지급할 수 없다고 말하자 20명 중 11명만 실험에 참가하게 되었고, 실험에 처음 설명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룹B 방에 들어가 똑같이 보수를 줄 수 없다고 말하였더니 3명만 실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A그룹은 11명이 참가하고, B그룹은 3명만, 그리고 C그룹은 처음부터 4명만 참가하게 되었는데, 처음 설명한 진행자가 아닌 사람이 보수 예기를 꺼냈을 뿐인데, 왜 B그룹의 참가자수가 급격히 줄었을까?

C그룹을 제외한 그룹은 이들이 실험에 참가한 목적이 보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실험 참가율이 높은 A그룹의 경우 처음 들었던 진행자로부터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커서 참가율이 높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도어 인 더 페이스 테크닉

<풋 인 더 도어 테크닉>은 처음에 작은 부탁을 한 다음 승낙하면 큰 부탁을 하는 방법인데, <도어 인 더 페이스 테크닉: door-in-the-face-technique>은 반대의 방법으로 처음부터 큰 부탁을 한 다음 거절당한 뒤 본래의 작은 부탁을 하는 방법이다.

1975년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 디니는 <도어 인 더 페이스 테크닉>에 대한 실험을 하였다. 이 실험에서 진짜 부탁은 비행 청소년들을 동물원에 데리고 가서 하루 동안 자원봉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일이다.

그룹 A와 그룹 B 로 나눈 뒤, 그룹 A에게는 진짜 부탁을 처음부터 하였더니 참가율이 17%에 그친 반면 그룹 B는 50%로 높은 승낙을 받아내었다.

그룹 B에게는 적어도 2년 동안 매주 2시간씩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전원 거절이었다. 이번에 다시 진짜 부탁을 했더니 승낙율이 50%대로 높게 나왔다.

이 역시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로 한 번 거절한 뒤 다시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처음에 어려운 부탁을 거절한 뒤 이번에는 작은 부탁이 다시 들어오면 미안한 마음 때문에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지게 되는데, 보상 심리와도 연관이 된다.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면 상대가 양보해주었다고 인식하게 되므로 양보해준 만큼 보답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서로의 이익을 생각하며 행동하려는 마음이라 할 수 있겠다.


john@coconutpalms.info

참고: 뉴턴 2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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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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