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는 수년을 폐지를 팔아 모아온 돈 5천만 원 전부를 자식들에게 주었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자식들은 이미 수년전에 결혼하여 출가한 상태였고, 수입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 큰돈을 선뜻 내어줄 때 노부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노부부는 밤낮없이 힘들게 일하고 한 달 버는 수입은 고작 60만 원 남짓. 물론 월세와 기초노령 연금, 국민 연금 외 기타 수입을 뺀 돈이었다.
노부부는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보람을 느끼는 듯 행복해 하지만 제3자의 눈에 보여지는 현실은 그저 안쓰럽게만 보일 뿐이다.
노예제도란?
노예에 대한 기록은 고대의 역사에 자주 등장하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 모든 지역에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노예란 한 사람의 인권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 강제로 다른 사람의 소유물(물건)로 취급하였고, 죄인이나 포로를 붙잡아 복종시켜 부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제도로 의해 인간으로써 누려야 할 권리는 포기해야 한다. 가난과 배고픔에 못 이겨 배우자나 자식을 노예로 팔아야 했고, 심지어 자신을 판매하기에 이른다. 이들 노예는 주인의 폭력에 시달리거나 여성이라면 성노리개로 평생을 보내기도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남성과 여성 노예를 노비라고 불렀는데, 부여의 율법에는 살인자를 노비로 삼을 수 있었다고 되어 있다. 노예 중에서 최고 상품은 으뜸 흑인 노예다. 이들은 물건으로써 세계 각지에 팔려 나갔다. 장기간 항해를 위해 좁은 우리에 갇혀 배고픔도 견뎌야 했다. 일부 노예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오늘날은 외형적으로 노예제도가 폐지된 듯 보인다. 그러나 후진국에서부터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불법 노역에 시달리는 곳이 의외로 많다. 직업 알선 꿰임에 빠져 어선에 팔리거나 사채에 손을 됐다가 폭력에 시달리다 매춘부로 전락해 버리고, 장애인을 고용해 터무니없는 급여를 지불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불법적인 사례는 주위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며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노예가 자연스럽게 변형된 사례를 찾으라면 강아지에 목줄을 해서 다니거나 동물들을 보기 위해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동물원을 생각할 수 있다. 국제결혼, 가족 관계, 또는 회사 내에서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노예라는 건 저임금에 혹사당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감칠맛 나게 포장한 것 중 하나다. 분명한 건 어떠한 것도 회사를 위해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
우리 주변에는 종이를 팔아 생계를 꾸리는 노인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공식적인 수는 2014년 기준 180만 명이다. 비율을 보면 남성은 33.2%, 여성은 66.8% 로 여성이 더 많았고, 혼자 사는 노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2012년 이후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하락해 현재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kg 당 170원 하던 폐지 가격이 지금은 100원 안팎으로 떨어져 2~3배 일을 해야 그 돈을 벌 수 있다. 용인의 어느 고물상(3일 기준)은 kg 당 30원에 거래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전에는 해가 떨어지면 폐지를 덜 주워도 살만했다고 한다. 지금은 100원 정도로 떨어졌고, 또, 폐지 줍는 사람이 워낙에 많아 경쟁이 매우 심하다고 푸념을 한다.
그래서 저녁 10시나 새벽 시간에 나와 종이 줍는 사람을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까지 줍지 않으면 수입이 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수입이 좋으면 굳이 새벽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조금 덜 주워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수입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새벽에 나와 폐지를 주워야 한다. 대략 하루 10~12시간을 폐지 줍는 일에 매달리는 셈이다.
고철과 폐지의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몇 가지 추려보면 인쇄물의 수요 감소와 장기적인 경기불황, 더 큰 문제는 경쟁자가 많아 서로 다투는 일도 부쩍 늘어났다는 점이다. 건설자재의 수요 감소와 재활용품 수요 하락도 주요 원인이다.
이렇게 수요가 줄고, 노인의 수입이 줄어들면 고물상의 수입도 덩달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고물상은 줄어든 수입을 메우기 위해 노인에게 폐지 가격 100원에서 30원으로 내려서 준다.
고물상이 걱정과는 다르게 노인은 오히려 더 많은 폐지를 주워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인이 100kg 에 1만원을 받았다면 30원 가격에 고작 3천원 남짓, 노인들은 이 돈으로 생활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벽에 나와 더 먼 곳에서 폐지를 주워 오고,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투잡을 하는 이들도 지금의 수입이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힘든 노역을 하는 사람은 당장의 생활이 어렵고, 저임금에 거부 하더라도 대신할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고용주는 이 점을 이용해 불법을 일삼는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권리를 빼앗고 있으며 대부분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고용주의 공평치 못한 처세 때문에 범죄, 부정, 부패도 도덕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현실, 우리의 눈을 속이고 있는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바야흐로 대 노예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john@coconutpalms.info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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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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