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한국을 주름잡던 대표적인 영화는 단연 중국 영화다. 그럼, 대표적인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단언컨대 누구 할 것 없이 무술 영화를 꼽을 것이다.
무술은 중국이 가장 발달한 곳이며 세계가 인정한 곳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무술을 쿵푸라 부른다. 쿵푸와 우슈는 뜻은 같지만 다른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의미를 따지자면 쿵푸를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하고, 현대적으로 변형하고 스포츠화한 것을 우슈라고 부른다.
어찌되었든 쿵푸는 소림사권법, 팔극권, 태극권, 팔괘장, 벽괘장, 붕권, 영춘권 등 다양하게 파생되어 지금은 그 수를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술을 배우려는 목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몇 가지로 추려 보면 심신 단련, 인격 도모, 정신 수양, 자기 통제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일반적으로 스포츠로서 많이 배우게 된다.
스포츠로 즐길 수 있는 건 무술 뿐만이 아니다. 댄스, 익스트림, 모터스포츠(카레이싱) 등 현대인의 환경에 맞게 변화된 스포츠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를 꼽으라면 자기 통제력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혹독하고 위험한 스포츠일수록 강한 집중력과 통제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UFC(이종 종합격투기)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자신이나 상대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팀워크로 즐기는 스포츠라면 자신의 실수로 인해 팀원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위험한 스포츠라면 익스트림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모험 경주라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있다. 4인 1조로 한 팀을 이뤄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650km 에 달하는 거리를 MTB, 트레킹, 보트로 이동하는 스포츠로 166시간 안에 완주해야 인정된다. 의식주는 경기에 참가한 팀원 이외에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그야말로 생과 사를 오가는 스포츠다.
익스트림 스포츠 중 몇 가지를 더 나열하면 불라이딩, 볼케이노 서핑, 아이스클라이밍, 하이라인, 스케이트보딩, 카약킹, 아이스 크로스 다운힐, 모토 크로스, 프리 클라이밍, 윙 슈트 플라잉 등 TOP 10에 오를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스포츠에 해당한다. 특히 윙 슈트 플라잉은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왜 이토록 위험한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어떤 이유이던 이들은 위험한 스포츠에서 삶의 기쁨을 얻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테러리즘 세대
2012년 7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시사회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59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의자는 24살의 제임스 홈즈라는 인물로 신경의학 박사 과정을 밟다가 중퇴 절차를 밟고 있었다고 한다.
1986년에 발행된 프랭크 밀러 작품 “다크나이트 라이즈” 내용을 보면 어느 극장에서 배트맨 형상의 포르노 영화가 상영 중에 한 미친 남자가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남성은 머리를 빨갛게 물들였는데, 놀랍게도 홈즈의 옷차림과 머리 색깔이 이 만화에 나오는 인물과 비슷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모방범죄였다.
피의자는 범행동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단지 “나는 조커다!” 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의 모방범죄 사례를 살펴보면 10대 청소년에게서 많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3년 7월 경기도 용인에서 벌어진 일이다. 10대 청소년이었던 피의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여 장롱 속에 숨겨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피의자는 평소 공포영화를 즐겨 보았으며, 특히 ‘호스텔’이라는 영화를 통해 살인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한 매체에 소개된 이야기를 하면 무장 테러 집단의 일원이었던 한 청년은 자살폭탄으로 죽음 직전에서야 “자신이 너무 멀리 온 것 같다”며 되돌릴 수 없음을 알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였고, 어느 미성년은 무장 테러 집단의 일원인양 테러 집단의 깃발과 함께 셀카를 찍어 대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대부분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범죄를 저지르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죽음의 순간에서야 현실을 깨닫는다. 이들에게 무장 테러 집단이 선망의 대상으로 비춰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테러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은 욕심에 부푼 가슴을 안고 그들을 찾아 간다. 마침내 총을 잡아 보기도 하고, 사람을 죽여보고, 포박해 보기도 한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벅찬 가슴을 쓰러 내리며 매우 행복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에서야 눈이 번쩍 뜨였던 거다.
청소년 중 일부는 간혹 조직폭력배를 선망할 때가 있다. 조직폭력배가 멋을 부릴 줄 아는 남자들만의 로망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친구들에게 조직폭력배 소속이라고 자랑하며 뿌듯해 한다. 막상 들어갈 때는 좋았는데, 현실을 경험하는 순간 탈퇴를 하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팔극권은 무도인 사이에 익히 알려져 있는 무술이다. 화려함보다는 실전을 우선시 하고, 상대를 순간에 제압할 수 있는 강인함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어느 무도인이 경험한 일이다. 팔극권의 매력에 취해버린 한 청년은 무술을 배우기 위해 무도장을 찾아가 수년을 배우면서 대련도 해본다. 이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고, 다리를 다쳐 더 이상 무술을 배울 수 없게 되자 관객이 되어 대련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보며 오히려 더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무모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흡사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과 많이 닮아 보이는 건 왜일까?
사실 모방범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나 따지고 보면 영화나 게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데, 이것은 지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지함 때문에 상상력만 부추기는 꼴이 돼버린다. 예컨대, 어느 초등학생이 “어벤져스가 되고 싶어요“ 라거나 아니면 ”아이언맨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라고 묻는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우리에게 자주 선망의 대상이 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등장하는 할리퀸의 색체에 매료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몇몇 연예인들이 할리퀸이나 조커로 분한 코스프레를 선보이자 많은 팬들을 매료시켰고,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트랜스포머” 캐릭터에 흠뻑 빠진 이들도 있다. 로봇 캐릭터에 흠뻑 빠져버린 한 중국인은 고철을 하나둘씩 모아 사람 크기의 로봇을 만들어 SNS에서 화재가 되었고, 이에 질세라 미국의 한 열렬한 팬은 자신이 직접 트랜스포머가 되어 자동차로 변신을 하는데, 이 영상이 매체에 소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선망의 대상이란 무엇일까? 자신이 무엇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꿈을 대신 이뤄줄 수 있거나 외모나 인격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연예인의 길을 선택하고, 그런 연예인을 동경한다. 마찬가지로 과격하고 무모한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성이라면 격투기나 위험한 스포츠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그런 이들을 부러워하며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록 누구에게는 혐오스럽고 야만적으로 보이더라도 말이다.
방어기제
보잘 것 없는 돼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돼지는 다리도 짧고, 목소리도 흉하고, 먹을 것만 집착해서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작은 돼지 이야기다.
한해 두해 멀다하고 너무 놀림을 받아서 억울하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적개심을 가지게 되는데, 자신을 놀리는 모두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결국 누구도 도전하기 꺼려한다는 거대한 산 정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막상 산을 오르니 여간 두려운 게 아니다. 산을 오르는 도중 나뭇가지에 머리가 끼여 낑낑거리는 호랑이를 발견하지만 도와주기보다는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호랑이가 도와달라고 하도 소리를 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도와주게 되었다.
돼지에게는 적개심이 워낙 강했던 터라 호랑이가 호랑이로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끼어버린 목을 풀어주면 분명 자신에게 달려 들 꺼라 생각한 돼지는 강하게 맞받아치려는 태도를 취했는데, 그런데 오히려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며 가죽을 벗어주더란다.
낮이 지나고 밤이 되자 잠잘 곳을 찾는 돼지는 어디선가 코끼리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알고 보니 우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코끼리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돼지는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건만 도와달라고 밤새토록 울어대는 통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도와주게 되었다.
적개심이 강했던 터라 덩치가 큰 코끼리가 자신에게 달려들면 강하게 맞서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또 머리를 조아리며 고맙다며 상아를 건네주더란다.
아침이 되어 다시 걷기 시작한 돼지, 마침내 산 정상에 다다를 때 쯤 배가고파 쓰러져 있는 작은 양을 발견한다. 그 양은 벌거벗겨있고 소리도 지를 힘이 없어 나지막하게 돼지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양에게 “널 도와주면 뭘 해줄 건데”라고 물었는데, 양은 아무것도 줄 게 없다고 하자 “그럼 도와줄 수 없다”고 냉정히 거절하고 지나치려 했건만, 마침 산 아래에 탐스런 과일이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정상이 코앞인데, 망설이는 돼지, 눈 딱 감고 몇 번이고 지나치려했건만 자꾸 배고파하던 양의 모습이 떠올라 차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더라. 어쩔 수 없이 그는 산 아래로 내려가 코끼리에게 받은 상아를 이용해 과일을 따다가 호랑이에게 받은 가죽과 함께 양에게 주었더니 양은 매우 고마워하더란다.
우여곡절 끝에 산 정상에 오른 돼지는 그제야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며 자신이 가진 건 하나 없어도 도움을 필요로 했던 모두에게 받은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게 된다. 처음 시작했던 마음과는 다르게 어느새 적개심은 사라져 늠름하고, 듬직한 돼지가 되었으며 뜨거운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실제로 사회에서 적잖게 벌어지는 일이다.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할 곳이 필요했던 사람이 복싱을 통해 폭력적인 자신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또 친구에게 번번이 무시당하고, 멸시를 당해서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무술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나약한 자신을 극복하여 개화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흔히 방어기제라고 한다.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그 문제를 일시적으로 덮어 안정을 꾀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여 자신을 방어하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욕구나 불만, 죄책감, 갈등, 고민 등 여러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무의식적 행동을 보인다.
고통스런 감정을 겪고 있다면, 예컨대, 상사나 부모, 또는 주변 인물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또는, 강도를 만나 위협적인 사건을 경험했다면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적 욕구를 표출할 대상을 찾게 되는데, 그 대상이 주변 인물이 되는 것이다.
모방범죄 피의자 제임스 홈즈도 박사과정 중퇴절차를 밟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방어기제에 의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몇 년 전 한 매체에 소개된 일본 아이템을 소개하면 상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상사와 닮은 인형이나 주변에 놓인 물건을 이용해 인형의 뺨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져 자신에게 쌓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아이템이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비슷한 시기, 상대의 뺨을 때리는 3D 가상 게임도 출시되었는데, 인기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보통 조깅, 스트레칭, 명상, 등산, 산책을 통해 기분 전환이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역시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불만이나 분노가 극의 상태에 있다면 산책이나 조깅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 괴성을 지르거나 어떤 대상을 향해 폭력을 가해서라도 감정을 풀어내야만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야만적인 스포츠가 성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과 같은 지독한 질병에 걸리면 일반 감기약으로 치료할 수 없듯 심각한 상태의 사람이 야만적인 스포츠를 통해 분노를 풀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폭력적인 도시에 야만적인 스포츠가 성행한다면 공격성을 주변이 아닌 경기를 통해 풀어주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전쟁이란 통제력을 잃었을 때 발발하는 것이므로 공격성을 통제하는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남자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 있는 긴급구조대 코만도스 데 살바멘토의 젊은 대원들은 폭력 조직을 거부하는 대신 긴급구조대를 선택해 폭력성을 해소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치푸디의 벤다족 소년들은 ‘무상웨’라는 전통 권투를 즐긴다. 9살이 되면 누구나 전통 권투를 즐길 수 있다. 무상웨는 일반 권투와는 다르게 맨손으로 주먹을 날리는 게 특징이다. 아이들은 권투를 통해 공격성을 해소하고, 어른들은 폭력적인 싸움이 되지 않도록 시합을 감독한다.
남태평양에 있는 펜테코스트 섬 원주민들의 성인축제에서 유래한 번지점프는 체력과 담력을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이 성인의식을 통과해야만 진정한 성인이란 자격 요건이 주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성인남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되었다.
john@coconutpalms.info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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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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