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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에 골똘히 생각할 때는 떠오르지 않다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떠오를 때가 많다.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문뜩 “아! 맞아”라거나 그냥 생각 없이 호숫가를 걸어가는데, “아 이거였지” 라며 말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번쩍이며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는 것일까?

 

휴지기 네트워크

2001년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의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ile) 연구팀이 이 물음에 답해줄 것 같다. 마커스 라이클이 발견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 또는 휴지기 네트워크(Resting-State Network, RSN)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뇌의 특정 부위가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위는 무언가를 집중할 때, 아래는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 최낙언의 지식보관소

그전에는 과학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에는 당연히 뇌 활동도 감소할 꺼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f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뇌를 들여다본 결과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활성화되다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는 오히려 활성이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활성화되는 영역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멍 때리고 있을 때 해마와 함께 활발하게 작용한다. 해마는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기억을 수집한다. 즉 하던 일을 멈추었을 때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활발해지면서 조각난 기억들을 정리 해준다.

 

멍 때리는 동안에 활성화되는 부위가 해마뿐만이 아니다. 전전두엽과 두정엽 부위가 함께 일을 시작한다. 전전두엽은 인간의 인격기능을 관여하는 부분으로 자기의식, 의사결정, 이성적 사고를 제어하며 심리학에서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식 상태에 있는 뇌가 주로 하는 생각들은 "나"에 관한 것들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외부의 것에 집중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의식은 자신의 내부로 초점이 맞춰진다.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하면서 자아를 형성해 간다. 

 

우리는 가정이나 사회의 무게에 눌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늘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근심과 걱정에 시달리고, 일에 쫒기다보니 우리의 뇌는 쉴 틈 없이 항상 바쁘게 움직인다. 그래서 배트남의 명상가이자 시인인 틱낫한 스님은 이와 관련하여 “생각을 멈추기 위한 수행법”이란 명상 에세이집을 내놓았다.

 

창조성

아인슈타인의 뇌 좌우 두정엽의 하단부가 일반인보다 15%정도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정엽 부위는 입체 공간적 사고와 인식기능, 그리고 외부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조합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우리의 상상력에는 바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시작된다. 그동안 보고, 들었던 정보라는 기억의 조각들을 전달하고, 조립함으로써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멍 때리거나 공상에 빠져있는 동안 조각난 기억(정보)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문뜩 떠오른 엉뚱한 생각들은 “아! 해보고 싶어”라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하고, 이런 즐거운 상상은 기폭제 역할로 바뀐다.

 

무언가를 의식하지 않고 생각이 흘러가는 데로 내버려두자. 그리고 쉴 새 없이 들어온 정보들을 뇌에게 정리하는 시간을 주자. 그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른다.

 

 

john@coconutpalms.info

참고: 정신의학신문, 매일경제, Parietal Lobe, 최낙언의 지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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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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