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높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으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며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려면 동기가 필요하고, 주위의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혼자 힘으로 어려웠던 일이라면 다수의 힘을 빌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동료들 간의 순수한 동기에서만 화합이 되고, 협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지 불순한 동기라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정한 근무 시간만 채워주면 고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구조라면 자신이 가진 두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하지 않지만 성과급이나 연봉, 또는 진급을 앞세워 경쟁심을 자극하면 이들은 보상을 얻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하려할 것이다.
동료들과도 라이벌관계로 의식하게 되어 업무 효과를 높일 수 있고, 경쟁이라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여기서 과연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을까? 자신감과 창의성, 활동성과 함께 사회적 배려심, 그리고 타의 모범이 될 수 있을 만큼 올바르고 강인한 성격으로 자리매김 시킬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이다.
직장에서 서열 경쟁이나 임금 차등화를 이용한 경쟁구도는 구성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하여 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강인하고 올바른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공정치 못한 일들이 직장 내에서 벌어질 테고, 그들을 짓밟아서라도 높은 위치에 오르고 싶어 한다.
이것은 헌신과 협조가 아니라 개인적 성취와 보상에 치중되어 있다 보니 경쟁적 구도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해져 성과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시기심이나 질투심이 발생되는 원인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타인에게서 열등감을 느끼는 반면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그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우월감을 느끼게 되므로 기쁨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비교“는 상대와의 차이(=능력=역량)가 클수록 더 잘 나타나며 상대와 비교에서 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면 시기와 질투를 느낀다.
경쟁이 심할수록 실적은 하락한다.
미시간 대학의 스테판 가르시아 교수와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마비사롬 토르 교수는 미국의 대학 입시 평가에 쓰이는 SAT 시험에서 수험생의 수가 많을수록 평균 점수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시험뿐만 아니라 인식 반응(Cognitive Reflection Test) 시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 결과가 정확히 무엇을 말해주는지를 알기위해 두 교수는 다른 실험을 하였다.
실험 방법은 각 수험생이 혼자 시험을 보도록 하고 각 수험생에게 수험생의 수가 몇 명인지 알려주는 것인데, 수험생의 절반에게는 경쟁자 수가 10명이라 알려주고, 나머지 절반의 수험생에게는 100명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경쟁수가 적다고 생각하고 있는 수험생의 경우 평균적으로 빠르게 문제를 풀이한 것으로 나왔다. 로버트 헴리치의 연구 결과에서도 일의 의욕은 높지만 경쟁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업무 성과가 낮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왜 이런 결과를 얻게 된 것일까? 그건 경쟁에 의한 압박 때문이다.
경쟁심이 강하다는 의미는 자발적인 동기가 아니라 하기 싫어도 이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길 수 없다면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이겨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가 아니라 경쟁자에게 신경이 집중되다보니 정작 자신의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 업무수행능력도 같이 떨어지게 되고 더불어 성과도 하락하게 된다. 경쟁 상대와의 차이(=업무성과)가 점점 벌어지면 대상에 대한 집착은 더욱 커지면서 시기와 질투가 생기게 되고 질투심이 강해지면 대상을 향한 미움도 커진다. 그러면 해로운 말이나 행동을 서슴치 않게 된다. 그렇게 상대에 대한 미움만 생각(=집착)하다 보니 자신이 해야할 업무는 뒷전이 되고만다.
질투의 근원은 열등감이다. 열등감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나오며 대상과의 차이가 커질수록 생각의 범위는 좁아지기 마련이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기쁨이다
2009년 2월 일본 교토대 의학대학원 다카하시 히데히코 교수팀이 <샤덴프로이데>가 생기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그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샤덴프로이데>는 독일어로서 손해를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을 뜻하는 프로이데(freude)가 합쳐진 단어이다. 이 뜻을 풀이하면 타인의 불행에서 느껴지는 기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연구팀의 실험 방법은 이렇다. 먼저, 평균 연령 22세의 남녀 19명을 대상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게 했는데, 피험자가 남자인 경우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여자 피험자에게는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주었는데, 시나리오에는 주인공을 제외한 가상의 인물 3명이 등장하는 셈이다.
주인공은 능력이나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면에서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가상의 인물 3명은 동창생들로서 사회에 진출한 뒤 동창회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등장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동성 친구는 주인공과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장래희망과 전공이 비슷하다. 하지만 주인공보다 성적이 좋고 동아리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평가받는다.
이성 친구 역시 출중한 능력을 뽐내며 두각을 드러내지만 주인공과는 전공이 다르고, 동아리나 장래 희망도 다르다. 또 다른 이성친구는 주인공처럼 평범한 사람으로 장래희망이나 전공, 동아리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연구팀은 피험자가 동창생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동안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 장치를 이용해 뇌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촬영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점수로 매기도록 하였는데, 1점은 “전혀 부럽지 않다.“, 6점은 ”가장 부럽다” 순이다.
설문결과와 fMRI를 분석한 결과 질투를 강하게 느낄수록 불안한 감정이나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배측전방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dACC)이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창생들에게 느낀 질투 정도는 각각 평균적으로 4점과 2점, 1점을 주었는데, 특히 자신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잘나가는 친구(=2점)의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평가받는 동성 친구(=4점)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강한 질투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잘나갔던 친구가 시험도중 부정행위를 하다가 걸렸다거나 사업실패나 배우자의 외도, 식중독에 걸렸다는 등 불행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일한 방법으로 설문과 fMRI를 통해 뇌의 움직임을 관찰하였더니 경쟁상대의 친구에게는 평균 3.3점이 나왔고, 그저 평범했던 친구에게는 1점이 나왔다.
이 결과는 우리가 강한 질투심을 느끼는 대상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우리의 뇌는 쾌감을 느끼고 있음을 말해준다.
가식으로도 숨길 수 없는 본심
겉으로는 동료의 성공을 축하해주고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 같지만 가면 뒤에 숨은 진짜 속마음은 시기와 질투로 가득하다.
2013년 9월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미나 시카라 교수는 친구나 지인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평소 그에 대해 느꼈던 부러움이 클수록 기쁨에 해당하는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뉴욕과학아카데미연보>에 게재하였다.
연구팀은 불쌍한 노인과 잘나가는 전문직, 마약중독자, 학생 등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들이 겪는 상황을 묘사하게 했을 때 피험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물어봤다. 이와 함께 피험자가 미세하게 미소 지을 때 나타나는 전기적 반응을 측정하는 근전도 측정기를 볼에 붙여 <가식>으로 속일 수 없는 본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를 보면, 부러움의 대상이 내기에서 5달러를 땄을 때의 긍정적인 상황보다 택시가 튄 물에 옷이 흠뻑 젖었을 때의 부정적인 상황에 더 큰 기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존감이 낮을수록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샤덴프로이데>가 강하게 나타났고, 영국 리즈대학과 요크대학의 경제학자 피터 하울리와 세라 나이트가 진행한 연구 결과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피터 하울리와 세라 나이트의 실업 연구를 통해 <샤덴프로이데>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에서 취업자들은 주변에 실업자들이 많을수록 행복도가 낮아진데 반해 실업자들은 주변에 같은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행복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협동학습이 실적을 높인다
우리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경쟁이라는 것을 배운다. 정자가 난자를 만나기 위해 수억 마리와 엄청난 경쟁을 해야 한다. 일부는 질 내에 분비되는 산성물질에 죽기도 하고 자궁경부에서 대식세포에 잡아먹히기도 하며 험난한 여정을 한다.
그런데, 힘들게 도착한 1등 정자는 진정한 승리자가 아니었다. 먼저 난자를 싸고 있는 난구세포를 없애야 하는데, 1등 정자가 그 일에 온 힘을 다해 없애고는 지쳐 쓰러져 버리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2등 정자가 얍삽하게 그 자리를 꿰차고서 난자와 결합해 버린다. 1등 정자는 남 좋은일만 시켜준 셈이다.
집단 내에서 성적으로 등수를 매겨 서로 경쟁하게 하고, 높은 연봉이나 직급을 내세워 서로를 싸우게 만들면 경쟁에 지쳐버린 것인지 누구는 승진을 하고, 누구는 회사 내 다른 부서로 이동해서, 그리고 누군가는 퇴사를 하면서 조직을 하나둘 떠나가 버리는데, 그제야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높은 실적을 기대했던 기대와는 달리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한국의 학습방법은 경쟁학습이다.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경쟁학습보다는 협동학습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협동학습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게 하여 서로 도우며 과정을 통해 배운다. 다수가 협업을 통해 완성해야하는 프로젝트에서 상호 협력과 의견 교환, 분쟁 해결, 그리고 상호 이해관계 등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여러 중요한 사항을 배우는 것이다.
상호 협력의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소통은 신뢰와 공감을 형성해준다.
등수는 내가 점수가 잘나오지 못해도 다른 학생이 더 못하면 상위로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등수 자체로는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능력 있는 사람이 보상을 받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라고 할지 모르지만 능력 있는 사람도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운다.
우수한 학생은 동료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언어기술, 배려심, 사회적 협력, 그리고 높은 사고력을 갖게 하고, 동료들은 각자가 갖는 성격, 흥미, 의욕을 키우는 등 하기 싫은 일을 단지 이기기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게 하면 인격형성에 도움이 된다.
생각해보면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는 것처럼 더 깊은 사고를 갖게 해준다.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김지은 교수는 “만 2세 미만의 어린 아이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음식을 주거나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한다.
경쟁심은 이기심만 키우고 의심만 많아지게 하지만 진정 행복한 사람은 마음이 평안하고 큰 걱정 없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john@coconutpalms.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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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