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수용소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학살되었다. 이 대량 학살에 관여했던 인물 아돌프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였다.
안타깝게도 오늘날까지 이러한 상황은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들은 왜 범죄에 쉽게 가담하며 거부하지 못하는 것일까?
1961년 미국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과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권위에 복종하는 이유를 성격보다 상황에 있다고 보고 설득력이 있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윤리적, 도덕적 규칙을 무시하고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징벌에 의한 학습효과’라는 실험을 통해 권위에 복종하는 심리를 검증해 보았다.
밀그램은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해서 학생 역할과 선생 역할로 나누어 간단한 실험을 한다고 설명해주었는데, 실은 피험자 전원이 선생 역할을 맡고, 학생 역할은 실험 협조자(배우)가 맡았다.
선생은 학생에게 문제를 내고 학생이 틀리면 벌로 전기 충격을 가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매번 틀릴 때마다 전기 충격의 전압을 15V씩 올려야 했다. 물론 실제로 전기를 흘려보낸 것은 아니다. 의자에 묶여있는 학생은 비명을 지르고 기절하는 체하는 등 전기 충격을 받은 연기 역할을 하였다.
비명을 지르는 학생의 모습을 보다 못한 선생이(피험자) 실험을 멈춰야 하지 않나요? 라고 물을 경우 모든 책임은 실험자 ‘본인이 진다’라고 말하고 실험을 계속하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전압을 계속 올렸는데, 이 실험에서 무려 65%의 피험자가 전압의 최대치가 될 때까지 올렸다고 한다.
선생 역할로 받은 대가는 얼마였을까? 그 대가는 고작 4.5달러, 20대에서 50대의 이르기까지 남자 피험자 40명을 모아 실험하였고, 중간에 피험자들이 전압을 올리기를 거부할 경우 ‘계속 진행해 주십시오‘라거나 ’실험을 위해서는 계속 진행해야만 합니다’라는 식으로 단지 대사를 옮겼을 뿐, 강압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 결과 35%의 피험자 중에서 12.5%만이 인체에 위험하다고 기계에 표시된 글귀를 보고 300볼트 이상 전기충격을 가하기를 거부하였을 뿐이다.
이후 여러 차례 실험이 이루어졌으나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
실험 당시만 해도 아무리 권위자의 명령이라도 도덕심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 믿었지만 아무 비판도 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되자 사회에 큰 파장이 되었다.
이처럼 인간을 얼마나 잔혹하게 만들 수 있는가?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가장 잔인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도덕성이나 윤리적인 문제가 상실되어 버린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실험이 중단되지 않고 끝마치도록 이끈 결과라고 믿었다.
복종 요인을 추려보면 다음 4가지 정도로 좁힐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 두 번째는 서열에 대한 강한 인식, 세 번째는 기여 의식이다. 마지막으로 공감 기회의 단절로 꼽는다.
피험자가 서열에 대한 강한 인식이 있는 경우 권위자의 명령이 학생의 안전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스스로가 해당 실험에 헌신한다는 생각(기여 의식)이 강하였다면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것으로 유대인 학살을 도왔던 행동 역시 쉽게 설명이 될 것 같다.
john@coconutpalms.info
참고: 뉴턴 2019-12월호, 나무위키, 위키백과, 동국제강그룹 블로그, 원더풀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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