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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운동을 하고 난 후 샤워를 하면 이상하리만치 개운한 느낌을 받으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를테면 고된 노동 뒤에 시원한 맥주 한모금에 온몸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랄까.

 

영화 전개가 지루하게 흘러가다가 대미를 장식할 액션이나 반전이 나오면 영화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반면 재미있게 가다가도 마지막에 흐지부지하게 끝이 나면 낮은 평가를 하게 된다. 실제로 후자보다 전자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마쳤는데, 마지막에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 때문에 여태 좋았던 이미지가 좋지 않게 기억되거나 직장생활은 참 좋았는데 직장을 그만둘 때 안 좋게 나가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 전체가 나빠 보이게 된다. 한마디로 마지막이 좋아야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피크와 엔드

독일 속담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이 있다. 진짜로 이런 속담이 있는지 모르겠다. 속담을 해석하기에 따라 뜻이 달라지겠지만 인생에 있어 시작은 불행했지만 끝에서는 매우 행복한 삶을 살았다면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게 평가하게 된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자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사람은 경험의 전체 평가를 피크(Peak)와 마지막(End)의 경험에서 결정한다는 피크엔드 법칙을 발견하였다.

 

카너먼은 차가운 물에 손 담그는 실험을 통해 피크엔드 법칙을 증명하였는데, 실험 방법은 먼저 A 그룹과 B 그룹으로 나눈 뒤, A 그룹에는 고통을 느낄 정도로 차가운 물에 60초 동안 손을 넣었다가 빼게 하였고, B 그룹에는 A 그룹과 동일하게 60초 동안 차가운 물에 담갔다가 그 후 30초 동안은 덜 차가운 물에 손을 넣게 하였다. 즉 B 그룹만 온도 차이가 다른 두 개의 물에 손을 담그게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반복해야 되는데, 어떤 실험을 할 것인지 물었더니 대부분 B 그룹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B 그룹은 총 90초라서 A 그룹을 선택할 것 같았지만 대부분 고통이 덜한 B 그룹을 선택하였다.

 

나아가 내시경의 하나인 결장경 검사를 받는 환자 154명을 대상으로 1분마다 고통의 정도를 조사하였는데, 검사 중 마지막 3분 동안 고통을 덜 느낀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검사 전체를 덜 고통스럽다고 평가했다.

 

평가 방법은 A 그룹은 8분 동안 진행하였고, B 그룹은 24분 동안 진행하였는데, 고통 정도에 따라 0 과 10 사이의 점수를 매기게 하였다. 10에 가까울수록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A 그룹은 가장 고통이 심할 때, B 그룹은 고통이 사라졌을 때 검사를 중지했더니 B 그룹을 더 선호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피크엔드는 Peak 와 End 의 합성어로 과거와 현재까지의 기억 사이에서 극적인 순간의 기억과 마지막의 기억에 따라 우리는 늘 좋고 나쁨을 평가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인간관계에서나 조직 내에서 늘 ‘피크엔드’ 법칙에 놓여있는 것 같다.

 

 

행복했던 순간

사람들은 영화처럼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아니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심리학자 에드 디너(Ed Diener)는 가상의 인물 ‘젠’이라는 미혼 여성을 두 가지의 스토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그녀의 삶을 평가하도록 하였다.

 

첫 번째 스토리는 젠은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전체적으로 좋은 직장과 좋은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매우 행복한 삶을 살았다. 두 번째 스토리는 첫 번째와 동일하게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고통 없이 죽었지만 추가로 5년을 더 살았다. 단, 마지막 5년은 덜 행복했다는 가정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첫 번째 스토리는 30년을 살았고 두 번째 스토리는 35년을 살았기 때문에 두 번째 삶을 선호할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살아온 기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를 아무리 멋지게 살아왔어도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면 삶 전체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과거를 피크(Peak)라 하고, 피크를 행복했던 순간이라 한다면 ‘행복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 시간을 카너먼은 3초라고 한다. 카너먼의 말대로 과거의 기억은 단편적 기억뿐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한 상태에 있다면 모든 것들이 다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행동경제학

행동경제학이란 일반적인 경제학에 심리학을 더한 것인데, 당시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논리적으로 행동한다’라는 생각을 ‘인간은 감정적으로 선입견에 행동이 좌우된다’라고 새롭게 정의한 것으로 심리적인 감정과 선입견을 고려해 경제학에 접목한 것이 행동경제학이다.

 

두 개의 대형마트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나는 정상가로 판매하고, 다른 한곳은 ‘1+1’으로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고 하였을 때 같은 가격이라도 ‘1+1’을 구입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1개를 구입하면 1개는 공짜로 얻는 기분이 들게 하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 후 저렴하게 음식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고, 덤으로 샘플을 얻을 수도 있다. 즐거운 쇼핑을 마치고 난 후 지불할 때 포인트 적립과 할인을 함께 받는다.

 

고객은 이렇게 멋진 경험을 하게한 후에 마지막에는 ‘최고야’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을 설계한 것이다. 그리고 고객은 ‘또 가고 싶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은 고객의 심리를 적절히 활용한 사례다.

 

한 명은 연봉을 2천 만원에서 3천 만원을 받게 되었고, 다른 한 명은 4천 만원에서 3천 만원을 받게 되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같은 3천 만원이라도 두 사람의 감정은 다르게 반응한다. 한 명은 더 열심히 일하려 할 것이고, 다른 한 명은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쇼핑몰에서 특별한 고객으로 대우받는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다. 병원에서 좋은 인상을 받으면 단 몇 초의 좋았던 기억 때문에 그 병원으로 가고 싶어하고, 1만원 상품보다 9,900원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도 몇 천원에 구입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고된 노동 뒤에 보너스를 받거나 야유회, 아니면 회식을 하는 등 특별한 보상을 받는다는 것도 그동안의 힘들었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게 할 만큼, 이와 같이 피크엔드 법칙을 잘만 활용하면 평생에 남을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기게 할 수 있다.

 

 

john@coconutpalms.info

참고: 위키트리, 중앙일보, 한국경제,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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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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