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중심성 등의 특징을 가진 성격 장애를 사이코패스라 부른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 없이 정당화하기도 하고, 거짓말도 능수능란하게 잘하는가 하면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다.
이들 대부분은 우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치밀한 범죄가 많다는 것, 또 폭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사교적이고 말주변이 좋은 것처럼 보이는 등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들은 자기애가 강해서 타인의 고통을 통해 쾌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고통에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기존에 알려진 사이코패스의 원인으로는 어린 시절에 주변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에 사고방식이 이상하게 변해 버렸고 장시간의 치료로도 고치기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코패스의 뇌
2015년 1월 28일 영국 의학전문지 ‘란셋’에 게재된 연구 자료를 보면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영국 보호감호소에 있는 강력범죄자들의 뇌를 MRI(자가공명영상 기법)로 촬영한 결과 32명 중 12명이 사이코패스였고, 뇌의 회백질이 구조적 이상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사이코패스 뇌의 회백질 부분이 수축해 있는 것은 이들이 당혹감 혹은 죄책감을 느끼기 어렵고 처벌과 보상에 대한 학습능력이 부족한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이코패스가 아닌 20명의 범죄자는 일반인과 유사한 뇌 구조를 보였다고 한다. 회백질은 인지기능을 담당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대학의 나이젤 블랙우드 박사는 사이코패스 신경심리를 검사한 결과 오랜 시간 교화프로그램을 진행했음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미국 브르크하멜국립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들은 감정을 관여하는 전두엽이 일반인들처럼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는 데 매우 미숙하다고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해 이기적이며,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2013년 영국 정신건강연구소 Nigel Blackwood 박사팀이 범죄자들의 뇌 구조를 관찰한 결과, 사이코패스의 경우 전두피질과 측두극의 회백질 양이 매우 적은 반면 백질의 양이 높았다.
백질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공감이나 당혹감, 죄책감 등을 느끼는 감정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일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려면 모두 회백질 비율이 높아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서울의대 권준수 교수가 제시한 데이터를 보면 사이코패스의 편도체는 회백질과 백질의 양이 일반인보다 턱없이 적었으며 공감능력이 거의 없는 대신 분노를 인지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범죄심리학 Robert D. Hare 박사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뇌에서 두려움이란 신호를 전달해야 하는 편도체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 말은 어떤 범죄에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의 주요 활동은 대부분 회백질에서 발생한다. 백질은 회백질 사이를 연결하는 조직이고,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뇌의 50%가 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게 회백질이라면 백질은 도로로 비유할 수 있다.
극도의 빈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만든 국제질병분류 ICD-10에는 ‘극도의 빈곤’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병원치료를 거부하거나 뒤로 미루는 건 다반사, 예를 들어 비싼 보험료 때문에 건강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주머니가 넉넉지 못해 좋은 음식보다는 라면이나 김밥 한 줄로 때우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무언가를 바꾸려는 건 무의미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의 발달과정 속에 숨어있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실험결과에서 비행 청소년의 큰 문제는 제때 식사를 걸렀을 때라고 한다.
뉴런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된 세포 덩어리인데, 뇌가 발달하려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뉴런이 생성된다. 그런데 영양 부족현상이 지속되면 두뇌발달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도 중요하지만 영양상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 같다.
그래서 국가에서 내린 처벌 방식은 소년을 교도소에 가두는 대신 부모들의 친권을 제한하여 영양치료를 진행한다. 소년들을 병원에 입원시킨 뒤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함으로써 부모가 하지 못한 역할을 국가가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이게 네덜란드가 내린 처벌 방식이며 아이들의 근본원인을 분석해 결론내린 처벌이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실험 사례가 진행되었다. 주의력 결핍 성향을 지닌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고농도 오메가3를 6개월간 투약한 결과 충동성 감소, 일관성 증가, 부주의 감소, 과제처리속도 증가 등 주의력 결핍이었던 아이들 대부분이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주위에는 영양결핍으로 발생하는 주의력 결핍이나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다양한 증상들이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핍과 관심
한국에선 소년원 수감자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가르쳐서 내보내게 되는데, 유독 제과·제빵 반만 재범률이 현저히 낮다고 한다. 이들 범죄자들은 가정에서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결핍‘이다.
제과·제빵 기술을 익히면서 먹을 만큼만 만드는 게 아니라 보다 많은 양의 빵을 만들게 되는 게 보통이다. 배고픔과 굶주림을 경험한 아이들은 일단 자신의 배를 채우고 남은 빵을 처리하기 위해 제소자들에게 무심코 나눠준 것이 주변으로부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관심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아직도 교화프로그램에는 무의미하게 영상이나 책으로 습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과·제빵 기술과 같이 몸으로 체험을 통해 배우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관심과 애정을 한 번도 받아 본적 없는 이들이 예기치 않게 찾아온 관심이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대처해야하는지 잘 몰라 오히려 큰 부담을 느끼거나 두려움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BTL 민간 교화프로그램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피해자가 수감자들 앞에서 피해자의 입장과 감정을 공유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교화가 이루어진다.
아이들에게 1등을 강요하거나 좋은 대학, 대기업에 들어가길 바라는 부모 마음 한켠에는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 관심 가져주고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 강해서 일지도 모르고,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내가 누군지 알아?”라거나 “내가 어디 임원인데”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마찬가지,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훔치거나 해를 입힐 수 있는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단지 관심 받기위해 하는 행위가 그렇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에는 어렸을 때 받지 못했던 관심, 그리고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 강해서 비롯된다.
palms@ coconutpalms.info
참고: 사피엔스스튜디오(이수정교수#08), 사피엔스스튜디오(이수정교수#09), 이웃집과학자, 헬스조선뉴스, 위키백과, 메디컬업저버, MBC뉴스,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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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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