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북단인 헤이룽장성 모허현에 올해 8월에 첫눈이 내렸다. 추운 날씨로 이름난 지역인데 8월에 눈이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 사막의 기온이 무려 55도까지 치솟았다. 107년 만에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고 한다. 1913년에 56.6도까지 오르긴 했지만 과거 기상관측이 부정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55도가 역대 최고 기온이다.
미국 플로리다 남부에 위치하는 비스케인 만에는 배를 들어낸 채 죽은 물고기 떼가 해안가에 둥둥 떠다니는 이곳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던 곳이다.
미국 환경보호 기관(EPA)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바다 평균 수온이 상승하면서 물 속 산소가 부족”해져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수온이 상승하면 녹조현상이 심화되면서 물속 산소가 부족해진다. 1895년도에 18.7도를 기록했던 수온이 2020년에는 21.7도로 상승하였다.
캘리포니아에선 지난 8월 15일부터 72시간동안 마른벼락만 12,000여 번 곳곳에 떨어졌고 이로 인해 동시다발적으로 산불만 650개 발생하였다. 규모는 서울 면적의 6배,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SNS를 통해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면 캘리포니아로 와라“고 말할 정도, 원인은 모두 계속되는 가뭄과 고온 때문이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남극 얼음은 찾기 어렵고, 한국 면적의 20배가 넘는 북극해 얼음이 평년보다 많이 녹아 동아시아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되었다.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고온 현상과 폭우가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 우연히 아니라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마이클 만은 “화석연료 사용, 온실가스 증가와 같은 인간의 활동이 없었다면 나타날 수 없는 기록적인 기온”이라고 말한다.
마이클 만의 말대로 정말 인간의 활동 때문일까?
이상 기후 원인
지구는 역사적으로 기온이 높았을 때도 있고, 낮았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10년이나 100년이 아닌 좀 더 길게 내다보면 어떨까? 지난 1,700년 동안의 온도 변화를 그래프로 보면 확실히 산업혁명 시점부터 온도가 급격히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뒤로 돌려서 지난 80만년 동안의 온도 변화를 보게 되면 지구의 온도가 일정한 패턴으로 변화해왔다. 지구 온도 1도 상승하는데 걸린 시간이 1,000년이 걸렸다면 산업화가 시작된 1,900년부터 1도 상승하는데 걸린 시간은 100년 정도다.
그런데, 80만년이란 시간이 부정확하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 온도가 상당히 상승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 무엇이 지구 기온을 갑자기 끌어올리고 있는 것일까? 태양 때문일까? 그래서 과학자들이 태양의 온도와 지구의 온도를 비교해보았더니 1950년대부터 태양 온도는 다시 떨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이 남극 얼음에 파이프를 깊숙이 박아 얼음을 추출했다. 얼음 코어에는 매년 내리는 눈은 대기 중의 먼지와 해양의 소금, 화산재 같은 대기의 모든 것을 포함한 채 겹겹이 쌓이면서 얼음이 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얼음 코어를 지구 환경의 역사로 보고 있다.
그런데 얼음 속에는 공기 중의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는 공기방울이 변하지 않고 수십만 년 동안 보존되어 왔다. 그래서 그 공기방울을 분석했더니 과거 수천 년 동안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내려갈 때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도 같은 주기로 오르고 내려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산화탄소는 분명 필요한 요소다. 식물들은 이산화탄소와 태양 빛을 흡수해서 산소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식물이나 동물이 죽으면 다시 이산화탄소로 되돌아가는데, 그렇게 생겨난 이산화탄소는 식물과 바다에서 많은 양을 다시 흡수하면서 오랫동안 균형이 유지되어 왔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2013년 기준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이었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멈춘 2020년 5월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418.12ppm으로 상승하였고 7월에 하와이에서 측정한 농도는 조금 낮은 414ppm을 기록하였다. 코로나로 인류의 활동이 급격히 줄어든 시기에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 결과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티핑포인트
지난 5월 25일 미국 스미스소니언열대연구소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열대우림이 32.2도를 넘으면 오히려 저장하고 있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열대우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속도보다 배출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티핑포인트'는 32.2도 라고 한다.
여기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란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으로 작은 변화들이 쌓여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기구(INPE)의 루시아나 가티 연구팀은 지난 10년 동안 2주일에 1번씩 아마존 열대우림 여러 곳의 상공에 센서를 부착한 항공기를 띄워 온실가스를 측정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은 아직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던 반면 산림 벌채가 심각한 아마존 열대우림 동남부 지역들은 이산화탄소 흡수량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마존 열대우림 전체의 약 20%에 해당한다.
그는 또 30년 내에 아마존 열대우림의 절반이상이 열대 초원지대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 경고하였고, 과학자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원이 되는 아마존 '티핑포인트'의 가능성을 경고해왔었다.
루시아나 가티 교수와 함께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상파울루 대학의 카를로스 노브레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산화탄소를 연간 20억 톤을 흡수하지만 지금은 연간 10~12억 톤 정도만 흡수하여 40~50%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것으로 생각되어 온 아마존 열대우림이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원으로 지목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열대우림은 지구 전체의 식물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순환의 고리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물은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의 원료로 이용하는데,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이전보다 기공을 조금만 열어도 필요한 양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식물에게 기공이란 이산화탄소와 산소, 수증기가 드나드는 통로다. 문제는 기공을 조금만 열면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기공을 통해 수증기로 내보낼 수 없어 증산작용도 같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기공이 열릴 때 물을 내보내게 되고 수증기로 증발할 때 주변의 열을 함께 뺏는 냉각효과가 생긴다. 그런데, 기공을 적게 열면 수증기도 줄어들어 주변의 냉각효과도 감소하므로 기온은 오르게 된다.
이 같은 식물의 변화가 지구 기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컴퓨터로 계산해본 결과 식물에 의해 기온이 상승하여 캐나다, 북극해, 시베리아, 만주 등 고위도의 기온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텍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 북방 침엽수림 지역에서 가열된 공기가 북극지역으로 수송돼 북극의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로서 악순환의 고리도 풀린 것 같다. 식물이 기공을 덜 열면 가열된 땅을 식히지 못하고, 뜨거워진 땅이 북극해를 녹이고, 북극해가 녹아 기온이 오르면 식물이 기공을 더 닫아 버리게 만든다. 그러면 식물에 의해 기온이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적정 기온
32.2도 보다 낮지만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핵폭발이나 화산폭발로 인한 먼지구름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광선을 차단하므로 자연스레 지구의 기온이 떨어트릴 수 있다. 실제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폭발 후 지구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분출한 2천만 톤의 아황산가스가 15개월간 성층권에 머물면서 황산의 물방울로 바뀌어 지구를 뒤덮었고 황산의 물방울로 태양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해서 지구 평균 기온 0.5도 정도 감소시켰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황산화물이나 탄산칼슘을 이용한 인공먼지를 만들어 공중에 살포하자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지구 기온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 있을 뿐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피나투보 화산폭발 이후 오랜 가뭄으로 강우량이 30% 감소하였다. 이로 인해 빛이 차단되어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못하였고 작물 생산량이 감소하여 식량 위기를 가져왔다. 따라서 단순히 온도만 낮추겠다는 계획보다는 부작용이 없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빛을 흡수시킬 수 있는 건물을 짓거나 빗물이 스며드는 아스팔트, 인구조절, 또는 자연 복원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겠다.
지구 내부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뜨거운 열이 땅을 데우므로 빗물이 잘 쓰며들게 하면 냉각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꿔놓은 바램에 뜨거운 열을 식히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싱크홀, 화산, 지진과도 관련된다.
john@coconutpalms.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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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과학 오피니언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