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기력이 쇠약해져 체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면역 노화를 연구하고 있는 일본의 건강 및 영양연구소 야마모토 다쿠야 박사는 “면역 균형이 무너진 결과”라고 설명한다.
자연면역과 획득면역
인간의 몸에는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면역”과 “획득면역”이라는 방어 시스템이 존재한다. 자연면역은 맨 처음에 발동하는 것으로 다양한 병원체와 맞서 싸우며 빠르게 대응한다. 하지만 특정 세포만을 노려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어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획득면역은 2단계 방어시스템으로 자연면역보다 조금 늦게 발동하지만 “T세포”와 “B세포”라는 면역세포의 작용에 의해 특정 병원체를 노려 없애는 강력한 방어력을 갖고 있다. 획득면역이 어느 정도 강력하냐면 자연면역으로부터 정보를 받은 T세포가 B세포에게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면 항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항체는 병원체와 결합해 공격하므로 항체를 대량으로 만들어 집중적으로 싸우게 되고, 또 일부 T세포는 병원체에 감염된 몸의 세포를 파괴해 감염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도 한다.
그런데, 자연면역에 의해 염증이 동반되는데, 이는 병원체와 싸우는 동안 해당 부위가 부어 열이나 통증이 함께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염증이라 한다. 이 과정에서 혈류가 늘어나거나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오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염증이 심해지면 몸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되는데, 그 결과 저항력이 떨어져 중증 상태가 되기 쉽다.
백신도 마찬가지, 인위적으로 항체를 만들어내야 하므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기력이 쇠약한 고령자에겐 위험할 수 있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령자는 나이를 먹으면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몸속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고령자가 처음 접한 감염증에 대해 저항력이 낮은 건 항체를 만들어낼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 심장 질환이나 독감, 폐렴과 같은 질환을 앓는 중이라면 염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보면 되고 그 와중에 새로운 질병이 침투하면 병원체에 집중되어 있던 면역기능 일부를 새로운 질병에 할당해야 하므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될 뿐 아니라 염증도 커지게 되어 중증 상태가 된다.
일반적으로 40~50대부터 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75세를 넘으면 감염증에 걸리기 훨씬 쉬워진다.
T세포는 처음 접한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침입 때는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기억을 하는데, 이것을 “면역기억”이라 부른다. 야마모토 박사는 고령자는 처음 접한 병원체에 대한 면역기억을 구축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단 고령자라도 한 번 구축된 면역기억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을 면역이라 부른다. 홍역이나 결핵 등의 면역이 거의 평생에 걸쳐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한 번 접한 병원체라면 면역기억에 의해 쉽게 방어시스템을 구축해 몸을 보호할 수 있다.
가슴샘
몸속에 병원체가 없는데도 염증이 진행되거나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항체가 생기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자가 면역 질환”이라 부른다. 관절 류머티즘의 경우 무릎이나 발목, 손가락 등이 부어 심한 통증을 동반하거나 뼈나 연골이 파괴된다. 원래는 병원체를 공격해야할 면역기능이 폭주해서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것이라 한다. 면역이 폭주하는 원인에는 흡연, 약품, 외상, 스트레스 등과 같이 다양하다.
원래 인간의 몸속에는 어느 정도 암세포가 존재한다. 보통은 면역기능에 의해 통제되어 왔지만 고령이 되면 면역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서 암세포가 증식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자일수록 새로운 T세포 수는 적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샘은 T세포를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성인이 될 무렵에는 새로운 T세포를 거의 만들지 않는다. 10세 무렵에는 가슴샘 크기가 20~30g정도인 반면 40대부터는 10~15g 정도로 절반으로 작아진다고 한다.
결론
정리하면, 유아기 때는 새로운 T세포가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처음 접한 병원체에 대항하기 위한 항체를 만들기에 충분하고, 두 번째 침입 때는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면역)기억해 대비한다고 해서 T세포를 “메모리 T세포”라 한다.
고령자의 경우 다양한 면역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난 적 있는 감염증에는 저항력이 있다. 그러나 처음 만나는 병원체라면 새로운 T세포 수가 적기 때문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 또 나이가 들면서 비정상적인 T세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면역기억을 가지고 있어야할 병원체에 대해 반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세포는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어 그 상한에 가까워지면 염증물질을 내보내게 된다. 이것을 SASP(세포 노화 관련 분비)현상이라 한다. 만성적인 염증에는 몸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므로 당뇨병이나 동맥경화, 관절류머티즘 등 다양한 질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마땅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쥐 실험을 통해 밝혀진 것으로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면 가슴샘이 작아지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었으며 과식이나 편식을 피하고, 정기적인 운동, 그리고 규칙적으로 매일 식사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비타민D가 T세포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햇볕을 자주 쬐는 것도 중요하다.
이 밖에도 식생활 및 손 씻기 등 위생 상태도 점검 해봐야할 문제다.
palms@ coconutpalms.info
참고: 뉴턴 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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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코코넛 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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